연일 터져 나오는 대형 사고에도 불구하고 안전시설 하나 변변히 갖추지 못한 놀이 시설들이 우후죽순 늘어만 가고 있다. 특히 여름철을 맞아 성업 중인 야영시설들이 문제다.

지난 25일 한국관광공사가 펴낸 '전국야영장 실태조사 보고서'는 우리가 아직도 얼마나 심각한 안전위협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분포한 불법 야영장이 397곳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에 가장 많다. 도에서 지난해부터 캠핑장의 적법 운영을 유도한 결과가 그렇다. 이 시설들은 대부분 농지법이나 산지법, 국토계획법 등 각종 법령을 위반해 허가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불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시설들일수록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수도권 야영장 총 434개소 가운데 14.7%는 안전요원을 배치하지 않은 채 영업 중이고, 소화기 감지기를 설치 않은 시설도 80.8%에 이른다.

전기나 가스사고에 대비한 안전대책을 갖추고 있는 야영장은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피시설을 갖춘 야영장은 33.6%, 15.4%는 아예 소방차 등 긴급차량의 진입도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이면 어떤가. 우리는 지금 예고된 재앙을 눈앞에 두고 하루하루 요행수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지하철과 공연장, 건설현장,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고는 빈발하고 게다가 여름이라고 하니 이번에는 야영장에서 이렇게 말썽인데 어떤 완벽한 대책으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늘 안전대책은 제자리일 수밖에 없다. 미봉책이라 비난받고, 뒷수습이라 욕 듣지 않을 방법이 있겠는가. 한번 따져보자. 모든 일은 빨리빨리 끝내야 하고, 철근 하나라도 줄여야 이윤이 보장되는 게 현실이다. 삶이 이토록 팍팍한데 그래도 생명의 안전성만은 지켜야 한다는 풍조를 지키자고, 그런 주장은 과연 현실적인가.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이 여름이 가기 전에 한몫 잡아야 한다는데, 삶의 일상으로 깊숙이 편입한 편법이 이토록 판을 치는데, 어떤 주효한 안전대책이 있을 수 있는가.

안전불감증은 이미 오래전에 자리 잡은 우리 사회의 풍토병이다. 정작 우리가 신경 써야 할 일은 안전대책이 아니라 편법 대책이 아닐까 싶다. 정의에 목마른 세상, 어찌 또 다른 안전대책이 있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