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전임교원수 늘리려 만든 법 악용

수업 비율만 올린 뒤 비전임 무차별 해고
"강의 질 떨어져 결국 학생들에게도 피해"


대학구조조정의 여파로 도내 대학의 시간강사들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교육부 대학평가 기준에서 전임교수의 강의 시간을 늘릴 수록 높은 점수를 받도록 바꾼 2012년 개정된 '시간강사법'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도내 대학들은 총장 권한으로 전임교원 의무 강의시간을 늘려 시간강사를 무차별 해고하고 있다.

17일 한국비정규교수노조와 도내 사립대학 등에 따르면 시간강사법은 원래 전임교원수를 늘리도록 법을 개정했으나 대학들이 이를 악용해 전임교수 수업 비율만 올려놨다.

올해 1학기 기준으로 전국 대학의 전임교원 수업비율은 63.2%로 시간강사 24.5%에 비해 38.7%나 월등히 높다.

경기지역 29개 4년제 사립대학 비전임교수 강의비율은 2014년도 평균 40.43%에서 2015년도 38.61%, 2016년도 36.18%로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올해 도내 비전임교수 강의 비율을 대학별로 보면 신경대학교 6.6%,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26.2%, 한국항공대학교 27.3%, 경기대학교 29.0%, 단국대학교 29.8%, 대진대학교 29.9%, 안양대학교 31.1%, 한신대학교 32.2%, 명지대학교 32.3% 등이다.

최근 3년동안 비전임교원비율을 급격하게 줄인 대학은 안양대학교로, 2014년 46.26%에서 올해 31.11%로 15.15%나 감소했다.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는 지난 3년간 12.3%, 평택대학교 11.64%, 수원대학교 10.69%, 한국산업기술대학교 8.81%, 한신대학교 6.7%씩 줄었다.

대학규모가 작은 사립대학들은 전임교원 강의시간을 늘리거나 비전임교수 강좌를 폐강하는 방법으로 전임교수 강의 비율을 높인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대학은 전임교수가 주당 9시간 강의(18학점)하던 것을 12시간(21학점)으로 늘려도 기본 연금 외 추가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악용했다.

최근 전임교수가 과중업무로 사망한 한신대의 경우 180여명의 전임교수가 있다. 이들은 대학구조조정과 맞물려 전임교수 1명이 3학점 강의를 맡으면서 비전임교수 대량해직사태로 이어졌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재학생수가 2만명씩 되는 큰 대학들은 가용할 수 있는 재원이 있지만, 재학생 3000~7000명 규모의 사립대학은 상대적으로 재정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강사 A씨는 "한신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임교원을 많이 뽑으라는 의도와 달리 의무강의 시간만을 늘려 대학은 돈을 아끼고 좋은 평가점수를 받아 재정지원도 올라가는 게 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학에서 강의가 폐강된 강사 B씨는 "3, 6학점짜리를 6년정도 강의했다. 처음에는 외래교수가 6명 정도였다가 지금은 1~2명 정도"라며 "전임교원이 일주일에 3~4과목을 수업하면 수업의 질이나 다양성이 떨어져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경 기자 lee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