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냉대 … 우리가 못 본척한 '고통' 나눠요

▲ ▲뇌병변 장애 1급인 이준(27)씨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버스옆 차도로 이동하고 있다.이씨는 "불규칙적이고 울퉁불퉁한 인도 노면보다 차도가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장애인·비정규직·이주노동자·노인 등 폭력에 내몰려 고통 감내 … 배려가 절실

'배려'가 그리운 사회가 됐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간 갈등이 살인을 부르고, 이 땅에 온 이주노동자는 '노예'의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이웃에게 따뜻한 온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힘겨움에 지쳐가는 이웃을 외면하는 사회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하남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다툼끝에 위층에 사는 60대 부부에게 흉기를 휘둘러 부인을 숨지게 하고 남편을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33)씨. 그는 경찰에 조사에서 "폐암 어머니가 투병 중인 아래층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에 화가 나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층간소음 문제에 대해 경비실을 통해 위층에 얘기하면 조금이라도 시정을 해야 하는데 '알았다'고 대답만 해놓고 번번이 무시했다. 위층 사람들이 아래층을 배려하지 않는 것에 화가 났다"(김모씨)

하남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을 부른 사건은 배려없는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다. 이 사회는 소통은 사라지고, 배려에 무감각해졌다. 행복의 기준이 돈이 되면서 어린 학생들도 아파트 평수, 임대아파트냐 아니냐에 따라 친구를 사귀고, 자신들의 사회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따돌리고 있다. 어른들이 보여준 모습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교통약자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민 노동자 , 아동,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은 배려없는 사회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지난 2일 수원에서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이자 뇌변병 1급 장애를 앓고 있는 이진(27)씨는 자신의 전동휠체어로 차량과 함께 도로를 이용해 이동을 감행했다. "장애인들은 장애인택시나 저상버스,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려면 매번 2~3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기본적인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없다. 장애인들이 수십일 농성을 하고 위험을 감수하고 고공농성을 벌여도 듣는사람도 없었다"(이진)

지난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희생된 스크린도어 하청업체 근로자 19세 청년에 대한 추모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같은 달 안산의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나가 과도한 노동에 시달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19세 청년, 삼성전자 에어컨 서비스 수리기사 등 우리사회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회적 차별 속에 정규직들이 하지 않는 위험천만한 일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살아왔다.

"50분에 한건씩 끊임없이 밀려드는 일감을 소화하려면 안전하게 일을 하기란 불가능한 일"(고양센터 외근 수리기사 페이스북)

하지만 이들이 이같이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해도 회사나 이 사회는 그들의 안전을 걱정하지 않았다.

경기지역 비정규직노동자 단체는 "불법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 도급제에 불과한 건당 수수료, 원청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실적압박이 복합적으로 일으킨 참사"라며 "위험을 외주화하는 간접고용 구조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고아였어요. 부모님이 없었어요. 한국에서 돈 벌어 캄보디아에 집을 사고. 7살 제 딸 쏘마니. 공부 시키고 싶었어요. 제가 바라는 것은 그 것 뿐이에요"(이주노동자 쓰레이뻐으(31·여)씨)

그는 농장에서 하루 10시간 씩 29일을 일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밭에 퇴비를 뿌리고 상추, 열무, 대파 등 10여 가지 작물을 기르고 수확했다.

그는 힘든 농장일에도 캄보디아에 있는 딸을 생각하며 버텨왔다. 하지만 '열악한 기숙사'는 결국 그를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쓰레이뻐으씨는 농장 인근에 위치한 비닐하우스에서 지내며 숙소와 욕실, 취사장 등에 설치돼있는 전기배선으로 인해 두려움으로 하루를 보내왔다.

이 전선들은 피복이 벗겨져 있었고, 콘센트와 스위치 등에는 보호 뚜껑도 없었다. 또 샌드위치 패널의 금속표면 벽체와 침실출입문의 손잡이에는 누전으로 인한 전기가 흐르고 있어 쓰레이뻐으씨는 출입하다 수차례 감전되기도 했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사업주들의 노동인권 침해는 바뀌지 않는다. 사업주는 그들을 우리와 똑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사업주의 눈에는 그들은 피부색이 다른 저개발 국가에서 넘어온 이방인이었다. '이주노동자 100만 시대'를 맞은 대한민국, 그중 60만이 경기도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은 아직까지 우리사회에 정착하지 못한 이방인이다.

/이경·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 주민·지자체 '사회적 약자 지원' 자발적 실천


"누구나 행복할 권리 있다" … 환경 조성 적극 나서다
경비원실 에어컨 설치·여성장애인 출산비 지원·노동인권조례 제정 등 눈길

경기도의 미래와 건강한 사회를 위해 이웃인 장애인이나 노인, 어린이,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조례나 이웃의 자발적인 실천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아파트입주자 대표들이 경비원에 대한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가운데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경비원들을 배려하는 운동을 펼쳐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수원의 한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무더위 속에 택배 업무부터 분리수거까지 도맡아 여름철이면 땀흘려 고생하는 경비원들을 위해 에어컨 나눠기 운동을 실시했다.

한 입주민의 건의로 시작해 현재는 5개 경비실에 일괄적으로 에어컨 설치를 설치하고 전기세까지 관리비도 지원하고 있다. 주민들의 배려운동에 지자체들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경기도는 독거노인 건강관리를 위한 '홀몸어르신 365일 햇빛 쬐기' 사업으로 노인들의 의료비 지출, 병원 방문 횟수, 우울증 감소 등에 효과가 나타났다.

햇빛쬐기 사업은 보건소 간호사들이 독거노인가정을 직접 방문해 말벗이 돼고 건강상태를 관리한다. 도가 2015년 말 48개 보건소에서 9868명의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인당 의료비 지출은 3만5767원으로 사업시작 초기인 2012년 초 6만3385원에 비해 43.6%가 줄어들었다.

여성장애인은 임신·출산·양육에 있어서 일반 여성에 비하여 신체적·사회적 여건 등에 따라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데, 도는 여성장애인 임신, 출산, 양육 지원 조례를 마련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

남양주시도 장애인보조기구 지원과 여성장애인 출산비용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인 지체·뇌병변·심장·시각·청각 장애인을 대상으로 총 22개 품목의 보조기구를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지체·뇌병변장애인에게 휴대용경사로, 이동변기, 보행차, 탁자형 보행차, 기립훈련기 등을, 시각장애인에게는 음성유도장치, 음성시계, 영상확대 비디오, 인쇄물 음성변환 출력기 등을 지원한다.

지자체들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는 지원에서 그치지 않고, 제도를 구축해 배려를 위한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저임금·장시간 노동·불법파견 등 열악한 노동에 허덕이는 노동자들을 위해 안산시가 기초지자체로는 전국 최초로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를 기반으로 안산지역 노동자들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일터에서 행복한 삶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노동환경을 조성이 가능해졌다.

조례안은 시장에게 노동자가 건강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안전하고 쾌적한 근로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책무를 부여한다고 규정했다.

특히 비정규직, 청소년, 여성, 노인, 외국인 등 취약계층의 노동인권 보호를 위해 '노동인권지킴이' 제도도 눈에 띈다.

경기도는 '경기도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를 마련했다. 청소년들이 학업에 지장 없이 근로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조례는 도지사가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센터'를 설치해 청소년들이 노동 전문 변호사, 공인노무사 등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청소년 노동 인권의 보호 및 청소년 노동 환경의 개선을 통해 일하는 청소년이 균형있게 성장·발전할 수 있는 사항을 규정했다.


/이경 기자 lee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