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미군기지, 쓰라린 역사 흔적…치유할 수 있다면
부평미군기지, 쓰라린 역사 흔적…치유할 수 있다면
  • 곽안나
  • 승인 2016.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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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병참기지' 전락 … 군사기능 상실 1996년 캠프마켓 반환 운동
'시민 공원' 구상 … 관계 기관 소극적 자세로 조기 반환구역까지 계획 지연
현재 구체적 시점 미정 … 지역 현안 얽혀 국방부·인천시 각고 노력 필요
▲ 2015년 6월18일 부평미군부대 전경. /사진제공=부평구

부평미군기지는 언제쯤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반환이 결정된 지 14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반환 시점이 정해지지 않았다.

인천시가 내놓고 있는 반환 시기는 매년 미뤄지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최근 열린 설명회에서는 당초 계획보다 늦춰진 2018년 이후에나 반환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국방부와 보안상의 이유로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인천시로 인해 시민들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인천일보는 창간 28주년을 맞아 인천 시민들의 오랜 바람인 부평미군기지의 반환 문제와 해결해야 할 과제 등을 짚어봤다.

미군기지 창설부터 현재까지

일제강점기 부평 일대는 군사도시로 전락했다.

일본군의 병참기지인 조병창이 들어섰고 해방 이후에는 주한 육군 지원 사령부(Army Support Command Korea (ASCOM))가 창설됐다.

조병창은 미군의 보급품 저장과 지원을 위해 주한미군에 공여됐으며, ASCOM이 진행하던 프로그램이 단계적으로 종결되면서 1973년 대부분의 단지가 가동을 멈췄다.

1980년대 부평미군기지(이하 캠프마켓)로 불리는 산곡동 292-1번지 일대 주변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면서 군사 기능을 상실한 캠프마켓을 반환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었다.

지난 1996년 이에 동의한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본격적으로 반환운동을 펼친다.

"우리 땅 부평미군부대 되찾아 시민공원 조성하자!"

땅을 되찾아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모인 시민들은 부대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반환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손에 손을 잡은 시민들은 연일 부대 앞에서 농성을 벌였고 시민걷기대회와 인간띠 잇기 등을 진행하며 캠프마켓 반환의 당위성과 시민들의 간절함을 알렸다.

지난 2002년 3월29일. 마침내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and Partnership Plan; LPP)에 의해 폐처리시설 관리를 맡았던 DRMO(Defense Reutilization and Marketing Office)의 김천 이전과 캠프마켓의 평택 이전이 확정됐다.

그러나 당시 미국 발 세계 금융위기로 미국 정부의 재정난이 심해지면서 당초 2008년으로 예정되어있던 평택미군기지 조성은 아직까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십 년을 기다려왔던 미군기지 반환에 차질이 생기자 시민들은 군사 기능이 끝난 일부 구역이라도 조기 반환해줄 것을 주장했다.

이에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시설구역분과위는 2014년 7월 우선 반환구역 경계를 확정하게 된다.

캠프마켓의 총 면적 44만㎡ 중 2011년 경북 김천시로 이전한 DRMO(주한미군 물자 재활용유통센터) 부지를 포함해 군 막사가 있는 남쪽 토지 등으로 22만8802㎡가 대상지다.

해당 구역은 SOFA에 따라 환경조사를 거쳐 오염된 부분을 정화한 후에 인천시에 반환한다.

문제는 관계 기관이 소극적인 자세로 반환 문제를 다루면서 전체 부지는 물론, 조기 반환하기로 한 구역까지 수년째 계획이 미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경계가 확정된 지 1년이 지나서야 이 구역에 대한 환경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더해 한·미 간 환경오염 치유 주체를 결정하는데 2~3년, 치유 과정만 1~2년이 걸려, 사실상 시민들이 부지를 사용할 수 있는 시점은 2020년 이후로 내다봐야 한다.

또한 현재 남아있는 빵 공장을 포함한 나머지 구역(21만119㎡)은 캠프마켓의 평택 이전이 완료(2018년 예정)된 후 환경오염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에 부지 전체의 반환이 완료되는 시기는 더욱 늦춰질 전망이다.

미군기지 반환과 남아있는 과제

부평미군기지 반환이 이뤄지면 인천시와 부평구는 이곳에 시민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원명은 신촌근린공원으로 전체 면적 42만8085㎡ 규모로 만들어진다.

여기에 시민들이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공문화 체육시설도 곳곳에 들어선다. 하지만 그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산적해있다.

우선 캠프마켓 주위에 설치된 군용철로를 폐선할지 혹은 개선할지 여부를 결정해 사업을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

에스컴(ASCOM)이 창설되면서 군사물자를 원조 받은 한국은 부평 곳곳에 군수기지를 설치했다. 3군수지원사령부와 3보급단이 대표적 예다.

부평역에서 부개동 3군수사령부와 산곡동 3보급단까지 이어지는 총 3.4㎞ 길이의 군용철로는 지난 1970년부터 설치됐다.

이 군용철로는 1군단과 수도군단, 국지부대 등에 군수품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과거부터 경인철도 부평역을 통해 군수품을 수송하고 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산업 발전 등의 영향으로 군용철로 이용률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다.

상황이 이렇자 지역에서는 공원 조성에 골칫거리로 자리 잡은 군용철로의 폐선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반면 국방부는 아직까지 군용 물동량이 있기 때문에 철로 자체를 없애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지자체와 국방부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폐선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만약 국방부와 군용철로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 공원이 조성되면 공원의 절반 정도를 군용철로가 에워싸게 된다.

또한 이 상태에서 공원이 들어서면 캠프마켓과 인근 아파트 사이에 도로를 넓히고 철로를 재정비해야 해 약 57억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자치단체로서는 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수십 년째 답보상태인 장고개길 개통도 부평미군기지 반환 시점과 맞물려있다.

부평구 산곡동 부평미군기지에서 서구 가좌동을 넘어가는 곳에 있는 장고개는 늘 주민들에게 걸림돌로 여겨져왔다.

부평구에서 서구를 가로막고 있는 장고개로 인해 수㎞를 멀리 돌아가야 하는 불편함을 겪는 주민들은 하루빨리 도로를 만들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인천시는 지난 1976년 도시계획사업에 따라 부평구 부흥 오거리에서 산곡 4동 캠프마켓-서구 가좌동-남구 도화 오거리를 잇는 8㎞ 길이의 장고개길 도로 개설을 계획, 구간을 나눠 단계적으로 도로를 개통하고 있다.

지난 1998년 장고개 삼거리에서 부평시장역을 잇는 1차 구간에 대한 개통은 마쳤지만, 임야 구간인 2차 구간과 부평미군기지와 접해있는 3차 구간은 삽조차 뜨지 못 했다.

주민들의 반발로 인천시는 3차 구간 중 미군기지를 제외한 일부를 우선 개통하고자 했으나, 3차 모든 구간을 함께 개통하라는 행정자치부의 권고로 사실상 미군기지 반환이 이뤄져야 사업도 시행할 수 있는 상태다.

이렇듯 쓰라린 우리의 역사에서 출발한 부평미군기지는 단순히 '반환' 하나의 문제가 아닌, 지역의 여러 현안들과 얽혀있다.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등한시하는 것이 아니라면 국방부와 인천시 등 관계 기관은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우리의 땅을 되찾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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