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량 후유증 탓 3~4위전 판정패

극적으로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잡았던(인천일보 6월30일·7월1일자 16면) 신종훈(27·인천시청)이 결국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신종훈은 9일(이하 한국시간) 베네수엘라의 바르가스에서 열린 국제복싱협회(AIBA) 주관 2016 APB(AIBA 프로 복싱)/WSB(월드시리즈복싱) 올림픽 선발대회 3~4위전에서 아르헨티나의 레안드로 플랑크에게 0대 3 판정패했다.

이로써 이 체급에서 3위까지 주어지는 마지막 티켓은 아르헨티나가 가져갔다.

결국 한국 복싱은 1948년 첫 올림픽 참가 이후 동서냉전으로 불참한 1980년 모스크바 대회를 제외하고 68년 만에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하게 됐다.

전날 4강전에서 패하며 직행 티켓을 놓친 신종훈에게 이번 3~4위전이 마지막 기회였다.

급작스럽게 대회 출전 통보를 받고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했던 신종훈은 최선을 다해 잘 싸웠지만 남미 텃세(이번 대회 1위부터 3위까지 모두 남미 선수가 차지)와 급격한 감량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해 한 수 아래로 평가되던 상대 선수에게 아쉽게 3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앞서 신종훈은 AIBA 프로리그인 APB 계약을 어기고 국내 대회에 출전했다는 이유로 2014년 11월에 1년 6개월의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아 애초 리우행이 불가능해 보였지만 AIBA가 이번 대회를 코앞에 두고 경량급 선수 부족을 이유로 대회 나흘 전 신종훈의 출전을 허락하면서 극적으로 기회를 잡았다.

신종훈은 갑작스러운 통보에 3.5kg을 이틀 만에 줄여야 했다.

신종훈은 하루 동안 2.9㎏을 감량하는 등 기어이 49㎏급 계체량을 통과하며 1차전을 통과, 4강 무대를 밟고 올림픽 진출에 대한 희망을 이어나갔지만 결국 마지막 문턱에서 아픔을 맛봐야 했다.

그동안 AIBA징계와 대한복싱협회와의 갈등 등 갖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실낱같은 올림픽 진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오랫동안 고군분투해 온 신종훈마저도, 한국 복싱이 68년 동안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을 혼자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