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대미 강경외교 시사…미국 자극 우려 안한다'는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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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한국전쟁을 주제로 한 중국 드라마 '38선'이 지난주 말 처음으로 전국에서 방영돼 주목된다.

중국 당국은 대미 관계 안정을 위해 한국전쟁을 다룬 드라마 방영과 영화 상영을 금지해왔기 때문에 이번 드라마 방영 허가는 파격적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1일 홍콩 성도일보(星島日報)에 따르면 '38선'은 지난 4월 말 윈난두스(雲南都市) 채널에서 첫 전파를 탄데 이어 지난달 28일 베이징과 랴오닝(遼寧) 위성방송을 통해 전국에 방영됐다.

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한국전쟁에 대한 중국의 전통 시각과 관점을 중시하고 더는 대미 자극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외교적 강경 기조로의 전환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엄격한 검열로 악명높은 중국에서 해당 드라마 방영 허가는 중국 정치 풍향을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 주석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 주석 집권 시기에는 미국을 자극해 중·미 관계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한국전 관련 드라마나 영화 제작이 금기시돼왔다.

총 38회로 구성된 38선은 베이징시 당 선전부 주도로 여러 기관이 연합해 제작했고, 작년 7월 랴오닝 성 푸순(撫順)에서 촬영이 끝났다.

해당 드라마는 한국전쟁 당시 압록강 변에 살던 어민 리창순(李長順)과 장진왕(張金旺)이 미국 전투기 폭격에 자극받아 인민지원군에 입대해 결사적으로 전투를 치르는 것이 주요 스토리이다.

중국은 한국전쟁을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지원) 전쟁으로 부르고 있고, 인민지원군의 참전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전쟁에서 중국군은 18만 명이 사망했고, 수 십만 명의 부상자가 났다.

38선의 멍지(夢繼) 감독은 제작비가 수백억 원을 넘었고 한국전쟁 전문가의 꼼꼼한 조언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38선은 떠벌리려는 작품이 아니고 역사 원칙과 아버지 세대에 대한 존경을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작가 왕하이(王海)는 원작을 수없이 수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관영 CC(중앙)TV는 지난 2000년 30회 분량의 한국전 관련 드라마 '항미전쟁'을 제작해 이듬해 방영할 계획이었으나 외교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미국 뉴욕에서 9·11테러가 발생한 상황에서 해당 드라마를 내보내면 미국을 자극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 반대 이유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