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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10년 전 '대장금'과 '주몽'으로 시작된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K-드라마 상영회'가 열린 2일(현지시간) 오후 테헤란 밀라드타워 소극장에 한국 드라마의 열렬한 팬 100여명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곳에선 약 2시간에 걸쳐 인기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와 '장영실'이 이란어 자막으로 1편씩 상영됐다.

상영에 앞서 이벤트로 마련된 K-드라마 퀴즈엔 대장금뿐 아니라 최신 드라마 '태양의 후예' 문제에도 척척 답이 나왔다. 

외국의 문화 유입에 신중한 이란의 특성상 외국 드라마를 쉽게 접하지 못하는 사정을 고려하면 한 곳에 모여 영화처럼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는 행사는 매우 드물고 소중한 기회였다.

여학생 바르(19) 양은 "대장금부터 구할 수 있는 한국 드라마는 다 봤는데 요즘가장 좋아하는 건 태양의 후예"라면서 "드라마에 나오는 옷, 음식 등 모든 것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이란 데뷔전'을 성공리에 마치긴 했지만 이란에선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지켜야 하는 터라 우여곡절을 겪었다.

행사 하루 전인 1일에서야 이란 문화종교부의 상영허가를 받았을 정도로 준비 기간이 촉박했다. 

대장금이 물꼬를 트긴 했지만 드라마의 내용이나 대사, 화면을 이란 정부가 면밀하게 검토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의 노출, 남녀 배우의 스킨십, 음주 등은 이란에서 종교적으로 민감한부분이다.

행사를 준비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상영작으로 현대물이 아닌사극을 고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극이지만 심사숙고해 여러 장면이 다시 편집됐다.

'육룡이 나르샤'의 경우 잔치에서 음식을 나르는 시녀가 어깨가 드러난 옷을 입은 장면이 삭제됐고, 술을 마시는 모습 역시 상영하지 않았다. 

이 드라마의 주요 인물인 길태미는 이슬람에서 엄금하는 동성애를 연상케 하는 여성스러운 분장을 하고 나오는 탓에 편집 여부를 두고 고민이 컸다는 후문이다.

비중이 큰 배역이라 모두 들어내면 드라마의 스토리가 이어지지 않아 고심 끝에그가 등장할 때 "사내야 계집애야"라는 대사를 "저건 뭐야"라는 자막으로 대체해 '심사'를 통과했다.

또 남녀 배우가 극 중에서 뒤엉켜 싸우는 장면, 망나니의 참수 장면도 뺐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를 처음 공개 상영하는 행사라 만전을 기했다"며 "앞으로 이란에서 계속 이런 행사를 마련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고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K-드라마 상영회와 함께 테헤란에서 2∼4일 '문화 공감'을 주제로 한식, 한방, 한복을 체험할 수 있는 '한국 주간'행사를 마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