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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씻고 찾아봐도 애교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무뚝뚝하기까지 한, 선머슴 같은 딸이 바로 나다.
그렇게 딸 키우는 재미 하나 드리지 못하는 딸이지만,
아버지는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보다 내가 먼저다.
물론 세상의 다른 아버지들도 모두 그렇겠지만…

아버지에게는 나만큼이나 소중한 한 가지가 더 있다.
그건 바로 아버지와 20년 세월을 함께 살아온 낡은 트럭 한 대이다.
물론 아버지하고만 20년을 산 건 아니다.
우리 가족과 20년의 세월을 같이 해온 추억이 서려 있는 소중한 트럭이다.
그런데, 사춘기가 되니 낡고 허름한 그 차가 창피하기만 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꼭 아버지께서는 날 데리러 학교로 오신다.
혼자 오시는 건 아니다. 꼭 트럭을 타고 오신다.
내 걱정돼서 바쁜 와중에도 오시는 아버지에게
퉁명스럽게 한마디 한다.

“데리러 오지 않아도 된다니까요. 어련히 알아서 갈까..
저런 차 타느니 차라리 비 맞고 걸어가는 게 훨씬 나아.”

차도 차였지만, 내 속도 모르고 자꾸만 데리러 오는
아버지에게 화가 나 뱉지 말아야 할 말을 내뱉고 말았다.

딸의 모진 말에도 아버지께서는 화내기는 커녕 미안해하셨다.
얼마 후, 아버지는 아끼던 낡은 차대신 새 차를 장만했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학교 밖 정문 사이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아빠였다. 새 차를 가지고 데리러 오셨지만,
데리러 오지 말라던 내 말 때문에
선뜻 학교로 들어오시지도 못하고 밖에서 서성이고 계셨다.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지더니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죄송한 마음이 눈물로 모두 씻겨져 나오는 것 같았다.

‘아빠, 정말 죄송해요.
철없는 딸이 아빠 마음도 몰라주고..
이제 좋은 차 다 필요 없어요.
그냥 아빠 얼굴 보고 수다 떨며 집에 가는 게 가장 행복해요.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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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왜 더 잘해주지 않느냐며
섭섭한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안 되는 거 알면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내뱉을 때가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렇게 한 행동은 잘못이지만, 그래도 이해합니다.
대신. 아버지라서 이해하겠지 라는 마음으로
은근슬쩍 넘어가지 마세요.

아버지는 벌써 잊으셨겠지만,
‘잘못했습니다.’ 라는 한 마디는 꼭 해드리세요!

 

# 오늘의 명언
사랑은 바위처럼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빵처럼 늘 새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
– 어슬러 K. 르귄 –


/글·그림 '따뜻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