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그네' 사무치게 시린 감성, 추위마저 감미롭다
20일 테너 김세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무대

커피 한 잔에 감미로운 한 곡의 음악은 삶의 질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촉매제다. 커피, 혹은 음악이란 단어 자체가 주는 힘은 편안함, 휴식 뭐 그런 것들이 아닐까.

인천종합문예회관이 수년 전 부터 의욕적으로 열어온 '커피콘서트'가 올해도 어김없이 인천시민들을 찾아왔다. 오는 20일 오후 2시 인천종합문예회관 소공연장 무대에 오르는 2016 첫 커피콘서트 주인공은 테너 김세일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다.

김세일은 미성의 소유자로 선우예권은 7개의 국제 콩쿠르 1위 수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젊은 피아니스트로 알려졌다.

김세일은 세계무대에서 '절대적으로 정확한 발음, 탁월한 음악성, 한마디로 고귀한 소리'라는 찬사를 얻는 테너다. 리트 가곡의 해석력을 인정받고 있는 그는 유럽에서 바흐 수난곡 시리즈의 에반겔리스트(복음을 집필한 복음사가 역)로 활동하는 유일한 동양인이기도 하다.

에반겔리스트는 수난곡의 해설자 역할이라 아나운서와도 같은 정확한 발음으로 가사를 전달해야 한다. 바로 이 점이 김세일을 에반겔리스트에 적합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김세일은 독일어를 비롯한 6개 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 매년 부활절마다 유럽 전역에서 수 백 회씩 열리는 바흐 수난곡 연주에 초청받으며 언어적인 전달력을 인정받을 정도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는 슈베르트이다. 그는 슈베르트 음악 안에 배어있는 복합적인 감정들을 특유의 음악성과 감성으로 풀어내는 피아니스트라는 평을 얻고 있다.

테너 김세일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만남이 완벽한 조합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유다.

이 둘이 연주할 곡인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는 사랑에 실패한 한 청년이 삶의 희망을 잃고 떠난 방랑의 길에서 겪는 괴로움을 담아낸 음악이다. 작품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에서 사용했던 유절가곡의 형식이 아니라, 24곡 전체를 반복되는 선율 없이 풍성하게 채워 슈베르트의 의도를 충분히 드러낼 예정이다.

슈베르트의 가곡들은 당대 사랑받던 문학성 높은 시를 가사로 했기 때문에 가사 전달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그 가사에 감정을 녹여낼 수 있게 하는 슈베르트 특유의 선율미가 담겨있는 작품이라 그 멜로디를 음악적으로 풀어내는 능력도 요구된다. 그리고 가곡의 '반주'가 아니라 동등한 역할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피아니스트의 음악성과 가사와 문학적 흐름을 읽는 능력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인천종합문예회관 관계자는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두 아티스트가 연주하는 '겨울나그네'는 겨울의 한복판에서 더욱 사무치는 시린 감성으로 추위마저 아름다운 음악의 한 부분으로 승화시키는 특별한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시작한 '커피콘서트'는 자신의 삶을 창의적으로 가꾸며 다양한 문화 활동에 관심이 많은 주부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마티네 콘서트(Matinee Concert)이다. '육아'와 '가사'라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커피와 예술의 향기가 가득한 무대로 공연 마실을 나오는 시간인 셈이다.

클래식, 재즈, 국악, 현대무용,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매달 셋째 수요일 오후 2시에 소공연장에서 펼쳐진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9년간 3만5000여명이 다녀갔다. 032-420-2739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