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셔츠에 녹색 앞치마를 걸친 이가 비와 쓰레받기를 들고 연신 비질을 하며 허리를 펴지 않는다. 이런 그의 모습을 옆에서 보는 이들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그가 바로 경기도의회 새누리당 대변인 지미연(51·용인8) 의원이기 때문이다.

21일 그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용인 수지구에 위치한 사회적기업인 '아름다운가게'를 찾았다. 지 의원이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수지라이온스클럽 회원들은 매월 셋째주 토요일마다 이곳에서 청소, 판매 등 봉사활동에 나선다.

그는 "시민과 접촉할 수 있는 시간이 행사장에서 악수하고 인사 나누는 것 밖에 안 된다"며 "의회에만 있다면 좋은 말만 듣게 된다"고 봉사에 나서는 이유를 밝혔다.

"이런 봉사를 한다는 것은 주민들을 만날 기회가 주어지는 소중한 시간"이라며 "민심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그들의 불편함을 확실히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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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용인시 한 작은 커피숍에서 만난 경기도의회 지미연 의원이 "소신이 흐려지지 않아야 하고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정치인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 의원은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한 후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이런 인연으로 얼마전 군을 제대한 두 아들이 초등학교 1·2학년 때부터 야학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과 시대적 아픔으로 한글조차 떼지 못한 어르신들을 위한 시간이었다.

당초 그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단지 '내가 사는 안타까운 현실에 이의를 제기하기에는 소시민의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라는 생각에서 정치에 들어서게 됐다.

2004년 용인 아파트 공사장 통학로에서 초등학생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하겠지'란 생각으로 침묵했지만, 한 아이의 죽음이 조용히 묻혀가는 현실에서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지 의원은 '왜 정치를 시작하게 됐는지' 그 초심을 잃지 않는 정치인이 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또, "소신이 흐려지지 않고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원칙은 하고자 하는 것에 명확해야 하고, 시스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만약 학교에서 불편함을 호소하면 유형적인 지원으로 생색내는 게 아니라, 무형의 시스템을 체계화해야 한다"며 "건물을 올려주고 노인정 등을 짓는 것은 정치인들의 치적 쌓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지 의원은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난 4월에도 꾸준히 '학생 통학로 안전 확보 방안'을 촉구하고 있다.

또 비리 제보자 포상금을 최대 30억까지 지원해 공익제보에 대한 지원을 명확하게 하는 조례를 만들었다.

그의 세 아들은 현장에서 운동화를 신고 뛰고 있는 도의원 엄마에게 응원메시지로 응원한다.
초등학생 막내 아들은 "엄마, 친구들과 맛있는 급식을 먹고 싶어요", 20대 청년 둘째 아들은 "용인에 운동시설이나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며 마음을 전달한다.

지 의원은 2006년부터 정치를 해온 베테랑이지만, 그는 다음 선거에 연연해하지 않았다. 그저 "언제까지 우리가 현직에 있겠는가"라며 "우선 현재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경 기자 lee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