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위해 종횡무진 … 엄마는 나의 힘


경기도의회는 125명의 의원이 있다. 10·28 재보걸 선거를 거치면 128명이 된다. 현재 여성 의원은 20명이다. 도의회에서 여성 의원은 6분의 1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강하다.

인천일보는 <포토 의정 에세이>를 기획연재하며, 여성 의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의정활동을 가족의 시선을 통해 엮어보고자 한다.

여성 의원 릴레이 첫 인터뷰에 '우리 엄마는 도의원'이라는 주제로 김보라 의원을 안성 집에서 만났다.<편집자 주>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딸을 둔 엄마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은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남이다. 그러나 엄마는 이들이 몇 반인지 모른다. 1~8반에서 4차례 만에 4반(딸), 9반(아들)을 맞췄는데도 이들은 "5번째에 맞췄으면 서운했을 뻔했다"며 장난스럽다. 이런 엄마는 경기도의회 경제과학기술위원회 김보라(46·새정치·비례) 의원이다.

김 의원은 '얼렁뚱땅','대강대강'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도정활동에 있어 늘 철저히 준비한다. 이런 그는 "꼼꼼하고, 날카롭고, 품위 있는 쌈꾼"이라 불린다.

그가 쌈꾼이 될 수 있는 것은 스스로를 '대리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역 각처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전달하고, 소외되거나 잘못된 것들이 있다면 그들(주민)을 대신해 소리쳐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11일 냉철한 이미지인 김 의원이 살고 있는 안성에 있는 집을 찾기 전, 그가 평소 보여줬던 모습처럼 각 맞춰진 가구에 부담스러울(?) 정도의 깔끔한 거실을 상상했다. 그러나 그는 겉치레가 전혀 없다. 거실은 책상 여러개가 줄지어 있고, 그 위에 책과 필기도구들이 흐트러지어 있다. 조금 전까지 앉아 있다가 일어난 듯하다.

"세상을 바꿔야겠다. 경쟁하고 명령하고 지시하고 모든 사람들이 획일적으로 맞춰가야 하고, 낙오되면 사회에서 인정 받지 못한 세상을…"

연세대학교 간호학과 재학시설부터 이런 생각을 간직해 온 그는 "협동조합을 통해 더불어 사는 방식을 배우면, 동네의 작은 변화가 우리나라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안성에서 의료생협을 만들어 보건복지부에 맞서 열심히 싸웠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제도가 있지만, 10% 정도만 공공의료원이라 돈 있는 사람만이 고급 서비스를 받는 불평등이 초래되고 있다"고 김보라 의원은 지적한다.

김 의원은 "어떻게 결정하면 시대를 이어갈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더 좋아질까, 내가 이렇게 행동하는게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의정활동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이런 거침없는 김 의원의 집을 방문해 만난 아이들, 최하영(19)양과 우영(16)군 또한 당찼다.

▲ '포토 의정 에세이' 여성 의원 릴레이 첫 인터뷰로 11일 안성에서 만난 김보라 의원과 그의 가족들이 '우리 엄마는 도의원'이라는 주제에 맞춰 그동안의 의정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정엽 사진작가

하영 양은 정치하는 엄마를 향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 수 있게 해 달라. 힘 없는 사람이 믿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며 딸이 아닌 미래의 유권자로서 부탁하는 것이라고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출된 의원들은 뽑아달라고 할땐 국밥집에 가서 악수하고, 막상 당선되고 나면 이런 저런 사정이 있다며 핑계를 댄다"며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나서도 SNS에서 전달되는 현장과 달리 언론은 조용했고, 포털에서는 최근 기사를 10년 전 날짜로 변경해 최근기사 리스트에서 제외된 것을 목격했다"고 말한다.

우영 군은 "경기도에서 문제가 생기면 현장에 달려가 사람들을 만나고, 힘든 일이 있으면 찾아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올바른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라며 도의원 엄마에 대해 설명한다.

아이들은 "도의원인 엄마는 정치하기 전에도 지역사회를 위해 새벽부터 바쁘게 늘 일해 왔고, 지금은 그 범위가 더 넓어졌을 뿐"이라며, 거의 매일 자정이 다 돼 퇴근하는 엄마를 걱정하면서도 자랑스러워했다.

이들이 엄마 김보라 의원에게 바라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엄마로서 변하지 않고 항상 지금 같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경 기자 lee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