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짙어가는 그늘' … "신생아 울음소리 더 키워야 할 때"
가족계획 정책따라 인구증가율 급감·고령화 진행은 가속
인천, 다산 →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슬로건' 연도별 진화
▲ 77초마다 1명 씩 늘어나는 인구 문제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 80년대 초 주안역 앞에 세워진 '인구탑'. 20여 년 전 사라졌던 인구탑이 최근 몇몇 지자체에서는 지역인구증가 축하이벤트용으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

이달부터 '2015인구주택총조사'가 전국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지난 1925년 첫 조사를 시작으로 5년 주기로 시행해온 이래 올해로 열아홉번째다. 조사결과는 저출산·고령화의 해법을 마련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인구절벽' 끄트머리에 서 있다. 여성 한명이 평균 낳을 합계출산률은 1.2명 내외이다.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출산율과 가장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2017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게 되고 2030년부터는 전체 인구도 줄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인구증가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게 된 것은 도가 지나친 가족계획정책이 한몫했다.

한 가구당 평균 가족이 7명을 넘어섰던 1960년대 초반 당시 인천 인구(40만명) 보다 큰 도시가 매년 하나씩 생겼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61년 11월 가족계획을 국가 정책으로 내걸고 62년부터 본격적인 국민운동에 들어갔다.

전국 183개소의 보건소에 각각 2명 씩 총 366명의 일선 지도원을 배치하고 피임약과 피임 기구를 무상으로 '배급'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1만6000명의 전국재건국민운동부녀회원을 동원, 가가호호 방문해 피임을 계몽하면서 부부의 '밤일'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인천시는 가족계획에 매우 모범적인 도시였다.

'인천시 시정백서'에 따르면 1963년도 부터 69년도까지 인천의 가족계획 실적을 보면 정관시술(남성)은 2046명이며 루우프시술(여성) 28만041명에 달했다.

이의 영향으로 인천은 80년대 말 단산 가정 중 1자녀 이하(무자녀 포함) 가정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가족계획사업과 관련해 '70년대 인천시사'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인천시는 4개 보건소와 서곶보건지소, 남동가족계획상담소에 지도원을 두고 사업에 임하고 있는데 1979년도에는 가임대상자 40여만 명 가운데 정관수술, 난관, 루우프, 월경조절, 먹는 피임약, 콘돔 등 6개의 방법을 지도, 138,376명에게 가족계획사업을 벌였는데 사용이 편리한 콘돔이 82,509명, 먹는 피임약 44,500명으로 제일 많고 남자가 해야 하는 정관수술은 1,099명으로 가장 적어 아직도 가족계획의 영구적인 피임은 모두 시술을 피하고 있는 감이 없지 않다.'

가족계획 슬로건은 시대에 따라 진화했다. 60년대 구호는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세 살 터울 셋만 낳고 단산하자'였다.

70년대는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였으며 80년대는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로 바뀌었다. 우표, 담뱃갑, 극장표, 통장, 주택복권 등에 빠짐없이 이 표어들을 넣게 했다.

가족계획에 협조하면 많은 혜택을 주었다. 불임시술 받으면 예비군 훈련을 빼주고 아파트 청약권 까지 줬다. '고자 아파트'란 말이 등장했을 정도다.

영세민들이 불임 수술을 할 경우 금전적 혜택을 주기도 했다. 그 결과 80년 2.83이었던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90년 1.59로 떨어졌다.

이는 세계적인 성공 사례로 널리 알려져 많은 나라의 교과서에까지 실릴 정도였다.

2005년 합계출산율은 1.08로 급격하게 추락했다. 홍콩·마카오를 빼면 세계 최저였다.

'1.08 쇼크'에 정부는 2006년 부랴부랴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를 만들어 출산장려 정책을 펼쳤지만 현재 합계출산율은 1.21에 머물고 있다.

저출산 악몽은 현실로 다가와 2060년엔 생산가능인구와 노인·어린이 인구가 같아진다. 이제 새로운 슬로건이 필요한 때이다. '덮어놓고 안 낳으면 거지꼴 못 면한다.'


/유동현 인천시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