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회진 기자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9월 말 주요 포탈 사이트에 인천 묻지마 폭행 사건이 상위권 실시간 검색어에 랭크됐다.

하지만 알려졌던 것과 달리 이번 사건은 묻지마 범죄가 아니고 술을 마신 일행 간 시비가 붙어 발생했다.
정제되지 않은 정보를 유포하는 SNS, 속보 경쟁을 벌인 언론과 언론에 발맞추는 수사 관행을 보여준 경찰의 3박자가 어우러져 묻지마 범죄를 만들었다.

이번 인천 커플 폭행 사건은 SNS로 인해 시작됐다.

지난 9월20일 피해자의 친구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친구 커플이 이유 없는 시비로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글과 함께 CCTV 영상이 게재한게 발단이 됐다. 사실 여부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이 글을 수 만여명에게 노출되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SNS 상에서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한 매체가 커플이란 이유로 폭행을 했다는 식의 보도를 했다. '커플'과 '폭행'이 연관된 뉴스는 누리꾼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언론은 과도한 속보 경쟁으로 사실 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1초 만에 수십 여 개의 기사를 쏟아냈다.

경찰 또한 이번 사건을 왜곡하고 확대하는 데 한 몫했다.

지난 9월 23일 인천 부평경찰서는 검거 보도자료를 통해 "피의자 일행은 피해자들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욕설을 하며 시비를 걸었다"고 밝혔다.

범죄 자체에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묻지마 범죄로 해석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하지만 지난 9월24일 검거 보도자료에선 "피의자들은 피해자들에게 일부러 시비를 걸은 후 상대방 남성이 항의하자 피해자들을 주먹과 발로 마구 폭행했다"고 발표했다.

최초 페이스북 글과 언론이 묻지마 폭행이라고 보도하자 경찰은 사실 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지난 23일 아무런 이유 없이 시비를 걸었다고 발표했다.

하루 만에 일부러 시비를 걸어 폭행이 발생했다고 수사 결과를 번복한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언론에 집중 조명을 받은 경찰은 검거 상황을 생중계하는데 이르렀다.

원칙상 수사가 끝난 뒤 결과를 발표해야하는데도 경찰은 피의자(총 4명)가 잡힐 때마다 검거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번 사건으로 피의자 4명 중 3명을 폭력행위등 처벌에관한법률 위반으로 구속하고, 나머지 1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알 권리라는 명분으로 얼핏보면 자극적일 수 있는 이슈로 사실을 왜곡해 시민들이 범죄도시에 살고 있다는 불안에 떨도록 분위기를 조장하는 일은 반복되선 안 된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