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힘, 벙어리에서 앵무새로…
봉사로 쌓은 우정 … 이방인서 절친으로


봉사 활동지역인 산페드로 마을은 리마 시내에서 약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다. 늦장을 부려 좀 늦게 출발하는 날엔 2시간도 걸렸다.

페드로 루이즈 학교는 초·중·고등학교 과정에 약 700명의 학생이 2부제로 수업을 한다. 리마 시내 외각, 흙먼지 투성이 마을,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페드로 루이즈 학교, 이곳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선생님과 의사를 꿈꾸는 학생들의 꿈이 자라고 있었다.

▲ 봉사단들이 학교를 장식할 공중도덕과 예절에 관한 예쁜 소품을 만들고 있다.


이곳은 범죄율이 높다. 주민들 역시 해가 지면 모두 귀가한다. 전력사정이 열악해 가정집도 희미한 전등 하나 또는 텔레비전 불빛에 의지해 밤을 지낸다.

한국에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전화기도 아이들에게는 없다. 역시 가정에도 전화를 놓고 있는 집이 드물다. 놀이터 역시 없다. 아이들은 방가 후 무방비 상태다. 거리 역시 낯과 밤이 별 차이가 없고 인적이 드물다. 높은 범죄율에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범죄률이 실감나는 부분이다.

자원 봉사 첫날인 7월31일 이른 아침을 챙겨먹고 숙소를 출발해 페드로 루이즈 학교에 도착했다. 버스로 1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페드로 루이즈 학교는 봉사단의 입을 쩍 벌려 놨다. 학교라기보다는 쓰레기더미 위에 있는 폐가 수준이랄까.

주민들과 학생들의 옷차림은 허술했고, 마치 우리나라 서울역 주변 노숙자들을 떠올리게 했다. 봉사단은 작고 허름한 현지 아이들에, 현지 학생들은 봉사단의 큰 키와 덩치에 서로 놀라는 모습이다. 하지만 봉사단을 반겨주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 봉사단과 현지 학생들이 책걸상에 페인트칠을 위해 사포로 책상을 다듬고 있다

학교 주변에서 남편과 함께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 현명숙(48·여) 선교사로부터 학교와 마을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봉사 전 현지 학생들과 봉사단은 우선 청소부터 진행했다.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더럽던 학교는 이들의 청소로 어느 정도 건물의 이미지를 되찾았다.

봉사단은 현지 학생들과 함께 조를 짜고 사전 모임을 통해 준비한데로 봉사활동에 들어갔다.

▲1조 김스미 선생과 책·걸상 보수하는 개보수팀 ▲2조 최윤종 선생이 맡은 페인트칠 ▲3조 이지연 선생이 맡은 페드로 루이즈 학교내 질서와 도덕·윤리에 대한 내용의 봉사 ▲4조 이응준 선생이 맡은 컴퓨터와 음향 설치팀 ▲5·6조 임금비 선생과 양승진 선생이 망가진 책·걸상 수리팀 등으로 나눠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이렇게 자원봉사를 마무리할 무렵 그동안 봉사단과 아이들은 첫 만남과는 달리 찬구가 돼 있었다. 얼굴 표정과 손짓, 몸짓으로 하나가된 두 나라의 아이들은 벙어리에서 앵무새로 수다쟁이로 이방인에서 절친으로 관계가 발전해 있었다.

이윽고 봉사 마지막 날 한국을 떠날 때 가져간 옷, 신발, 가방 등으로 바자회를 했다. 학생들은 동네를 돌며 바자회를 알렸고 페드로 루이즈 학교 앞마당에서 열린 바자회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성공리에 마친 바자회는 3080솔(한화 약 120만원)을 모아 학교에 기부했다.
▲ 바자회를 찾은 산페드로 지역이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봉사활동을 총 지휘한 정수영 선생(서울 정진중)은 "6개월이 넘는 시간과 방학을 이번 행사를 위해 준비했다. 힘들고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봉사가 끝나는 지금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봉사 후 가슴벅차하는 아이들을 보고 대리만족을 느낀다"며 "자원봉사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감동"이라고 밝혔다.

/페루(리마) 글·사진=이상필 기자 splee1004@incheonilbo.com

▲3조 인터뷰

강하늘(반월고 1) "봉사자·선생님 꿈" 찾았다
▲ 강하늘

내가 페루에서 16일 동안 활동하고 느낀 점은 너무나도 많아서 이글에 담기에 어려운 것 같다. 또 말썽으로 선생님들이 수고한 6개월간의 노고를 슬프게 했다.

그동안에는 부모님이 먼저 해주셔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여행 중 영어로 길도 물어보고, 먹을 음식도 주문해보고 하니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여행을 통해 난 확실한 꿈을 찾았다.

봉사자와 특수교사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마음 깊숙이 닿았고 확실한 꿈을 찾은 것 같다. 페루에서 16일은 내가 그동안 산 시간 중 가장 즐거웠고, 힘들었고, 느낀 것이 많은 16일이였던 것 같고 기억 속에 깊숙이 남아 있을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임지수(동탄고 2) "나를 바꿔준 터닝 포인트"
▲ 임지수

모든 것이 끝났다는 아쉬움과 집으로 돌아간다는 안도감이 든다. 이번 일 은 날 바꾸어 줄 터닝 포인트가 되리라는 것에 대한 확신 한다. 뉴욕을 거쳐 페루에 도착했다. 설랬다.

봉사할 학교의 모습에 충격 이었고 여기에 비하면 내가 처해있는 환경이 너무 호사라는 것을 직감 했다. 봉사활동이 끝나감과 함께 바뀌어가는 학교의 모습에 보람을 느꼈고 학생들의 웃는 모습을 생각하니 희열을 느꼈다.

탐방한 옛 도시 쿠스코 와 마추픽추 아름다운 모습은 평생 못 잊을 것이다. 캠프의 흔적을 나의 본질에 새겨 영원히 이어갈 것이라 믿는다.

우희태(삼괴고 1) "봉사 뿌듯함 기분 좋아"
▲ 우희태

여름 방학을 자원봉사로 맞바꾸었다. 자기주장이 강한 난 큰 변화를 기대하지 않고 켐프에 참가했다.

그리고 산페드로 지역의 학교에 봉사를 가서 조금 놀랬다. 리마시 내 에선 볼 수 없던 철창이 모든 문을 막고 있고 사람들은 판자촌 같은 곳에서 살고 있었다. 국내봉사 따윈 잊고 내가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그저 열심히 했다.

열심히 하고 있으면 페루 애들이 도와주었다. 봉사를 하며 페루 학생들이 공부를 안 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공부를 할 수 환경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돌이켜 생각하니 봉사의 뿌듯함이 기분 좋은 것 이란 걸 알게 되었다.

김성민(동화중3) "아이들 보며 부모님께 감사"
▲ 김성민

자원봉사를 떠나기전 페루에 대해 알아봤다. 다큐, 인터넷 등 기대 반 설렘 반 자원봉사를 떠났다

리마에 도착한 후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내가 알았던 봉사는 일일봉사였다. 며칠을 하려니 힘들었다. 하지만 선생님과 형·누나들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현지 아이들과 함께 활동을 했는데 전혀 모르는 대화로 소통하고 있는 나를 보고 놀랬다. 피하지 않으면 해결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 봉사로 나를 알게 됐다. 겁쟁이가 아니라는 것을.

열악한 환경 속에 웃음을 잃지 않고 생활하는 현지 아이들을 보며 부모님에게 감사하다. 어리광, 응석 좀 살살 해야겠다. 봉사단에 참여해 넘 좋고 버릴것 없는 15일이었다. 화성시에 감사하다. 화성시 청소년들에게 앞으로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 주세요

▲4조 인터뷰

이어진(안화고 1) "평생 기억에 남을 여행"
▲ 이어진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간단히 계획을 세운 것을 정리하며 페루로 출국 했다. 이번 봉사는 내 책임감을 키우는데 더 도움을 받았다는 생각이다.

언어 소통 문제를 걱정 했는데 현지 친구들이 먼저 말을 걸어주고 친하게 대해 주어서 쉽게 친해 질수 있었다.

봉사단의 움직임에 조금씩 바뀌어가는 학교 모습을 보고 뿌듯했다. 봉사활동이 끝난 후 아쉽고 슬픈 마음이 컸지만 페루 학생들과 우리들이 서로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아 이 추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마추픽추는 잉카인들의 지혜와 지성을 볼 수 있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다음에 커서 마추픽추를 다시 한 번 와보고 싶다. 아마 평생 기억에 남을 여행이 될 것 같다.

장정민(봉담중 2) "단체생활로 모난 부분 다듬어"

▲ 장정민

걱정 반 우려 반 속에 봉사를 떠났다. 중남미에 있는 페루 로, 이번 봉사를 통해 좋은 인연도 만들었다.

그리고 봉사가 끝나고 문화 탐방지 쿠스코에서도 컨디션 관리를 잘해 즐거운 여행도 했다. 단체생활로 모난 내 성격이 다듬어져 가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또 선생님들이 2주의 봉사를 위해서 6개월 동안 노력하셨다 는 말에 미안 하면서 감사하단 말을 못해 죄송했다. 워크북을 쓰며 다른 조원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와 내 생각도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좋은 여행 이었다.

함영재(반송고 1)"내 인생 가장 값진 여행"
▲ 함영재

나는 현지 학교에서 컴퓨터실 팀을 맡게 되었다. 그러나 컴퓨터실팀 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을 도우면서 '페드로 루이즈' 학교가 점점 달라지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교실의 벽과 바닥은 새롭게 페인트칠을 하면서 깔끔해지고, 높이가 안 맞고 낙서가 많은 책상과 의자는 사포질과 페인트칠로 새 책상, 새 의자처럼 되었다.

자유시간과 문화탐방은 고생 끝에 만난 '호사'랄까 환상적이었다. 안데스산맥은 정말 대단했다. 그 속에 마추픽추 는 환상 적 이였다. 돌로 담과 건물을 짓는 세밀함이 너무나 정교하고 신비로웠다. 나는 좋은 선생님과 좋은 조원들과 함께해서 정말 좋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여행이다.

안세웅(홍익디자인고 2) "땀·노력이 만들어낸 결과 뚜듯"
▲ 안세웅

봉사 중 노동의 무게가 날 누를 때 쯤 난 봉사활동에 대한 아름다움을 보았다. '성과' 다. 땀과 노력(봉사)이 만들어 낸 결과 뿌듯했다.

봉사 일을 하다 보니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봉사 셋째 날 정도가 되니 우리가 하는 봉사가 엄청난 진전이 있고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 눈으로 보였고 나는 그것에서 커다란 성취감과 함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학교(페드로 루이즈 학교) 학생들이 언제나 좋은 환경에서 열심히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지금까지도 떠나지 않고 있다. 특히 힘들게 올라갔던 마추픽추를 처음으로 본 순간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 캠프가 오래도록 지속되어서 경험한 친구들의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주었으면 좋겠고, 또 그럴 것 같다.

남하연(안화고 1) "봉사통해 가족 소중함 깨달아"
▲ 남하연

우리는 여행을 하러 온 것이 아닌, 화성시를 대표하여 페루에 자원봉사를 하러왔다. 단체 활동 중간에 원하는 대로 가지 못해 아쉬웠다.

그러나 내가 결국 원하는 것을 포기한 이유는 우리가 '단체'이기 때문이었다. 다수의 의견만이 중요한 것은 물론 아니지만 나와 같은 소수의 의견으로 단체가 피해를 볼 수는 없었다. 나 하나의 실수가 전체를 혼란 입히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가장 크게 알게 되었다.

봉사를 하거나 선생님들께 혼이 나거나 의견충돌이 있을 때 힘든 적이 많았다. 전에는 친구들과 부모님께 특히 엄마에게 힘든 걸 풀곤 했다. 하지만 페루에 그렇지 못했다. 이런 경험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힘들었다. 이번 봉사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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