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물가가 불안하다. 설 명절을 열흘 앞두고 물가가 뛰는 것을 보면서 정부는 물가상승을 억제하겠다며 외치고 있지만 물가관리대책은 없어 보인다. 채소값을 비롯한 농수축산물 등 제수용품을 중심으로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가뜩이나 실업사태와 소득감소로 움추러들고 있는 서민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더욱이 서민생활과 직결된 각종 공공요금이 새해 벽두부터 잇달아 인상돼 전반적인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의료보험수가가 7% 오른 것을 비롯해 담배값이 품목별로 100~200원씩 오르고 LPG 값은 ㎏당 940원에서 966원으로 인상됐다. 경기침체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데도 대학들은 신입생·재학생들의 등록금을 지난해에 이어 또 7~9%인상한다고 한다. 또한 항공사들은 국내선 항공요금을 15%, 연안여객선 운임도 12.3%인상한다는 방침이다.

 공공요금을 인상하면 서민들은 그만큼 고달파지게 마련이다. 정부가 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3% 수준에서 억제시키겠다고 장담하지만 물가상승을 선도하는 공공요금을 줄줄이 인상한다면 연쇄적인 물가편승인상을 부추기는 결과를 빚지 않을까 걱정된다. 더욱이 경기침체가 뚜렷한데도 연초부터 공공요금을 인상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고 안이한 자세다. 물론 공공요금을 억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물가지수 관리를 위해 미뤄오다가 연초에 한꺼번에 인상을 허용하면 소비자물가상승 부작용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최근의 물가오름세는 불가피한 요인도 없지 않다. 계속되는 폭설로 농산물의 산지반입량이 크게 줄어 채소류 등이 상승품목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국의 안이한 대책도 문제다. 물가당국은 소비와 투자가 워낙 침체되고 위축된 상태라 좀처럼 물가가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방심해선 안된다. 당국은 물가안정을 위해 할 일이 많다. 유통상의 문제는 없는지, 독과점 품목의 공정거래법 위반은 없는지, 부당요금징수나 담합행위는 없는지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물가지수관리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수급의 원활화 등 꾸준히 물가를 관리하는 대책이 아쉽다.

억대 주부 도박단이 남긴 것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윤리기준이 크게 동요하고 있거나 아니면 완전히 상실돼 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일부 계층이 보인 도덕적 해이, 믿기조차 어려운 파렴치한 행태는 우리 모두를 실망케 한다. 더구나 일확천금이란 말로 대변되는 한탕주의가 판을 친다면 그리고 모든 가치가 속임수와 탐욕에 굴종하고 만다면 그때부터 사회공동체 붕괴의 가능성은 싹트기 마련이다.

 주택가를 돌며 억대 노름판을 벌여온 주부 도박단 34명을 무더기로 붙잡았다고 한다. 검찰 수사로 드러난 주부도박단사건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오래 전부터 종종 이런 뉴스를 접해왔고 빙산의 일각이며 이쯤은 오히려 송사리일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액의 뭉칫돈이 오고가면서 성업을 이루고 있는 이른바 "이동 도박팀"이란 것이 인천에만 여러곳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니 하는 말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단독주택 등지를 전전하면서 한판에 30만~100만원씩 하루 1억원 상당의 판돈을 걸고 지금까지 15차례에 걸쳐 15억원대의 상습도박을 일삼아 온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장에서 압수한 현금과 수표만도 7천만원에 이르고 있을 뿐 아니라 조사결과 대부분이 평범한 가정주부라는 사실에 참담하고 곤혹스러운 심정을 금할 수 없다. 노름판은 흔히 악마의 소굴이라고 한다. 재산탕진과 가정파탄으로 연계되기 마련이다. 때로는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데 그치지 않고 각종 범죄의 덫에 걸려들곤 한다.

 여기서 우리는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사회의 돌아가는 형국이 20년만에 몰아치는 폭설이나 한파만큼 사람들의 마음에 한기(寒氣)를 느끼게 한다. 정치는 지금 민생이 안중에 없는 듯이 돌아간다. 해가 갈수록 고아원 양로원에는 위문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 경제가 어려운 탓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 풍토가 이기와 탐욕에 함몰돼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 할 것이다. 있는 사람이 조금씩 나눠주면 그들에게 큰 힘이 될텐데도 말이다. 억대 주부도박단 사건을 두고 당사자는 물론 사회 전체가 깊이 깨닫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