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송년간담회 이모저모

 “국민들에게 정말 죄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가진 송년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의 경제 형편이 어려운 지경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통령은 이어 “엄동설한에 고통받는 서민, 근로자, 중소기업인들을 생각할 때 밤잠을 설친다”며 “우리 경제가 이렇게 어렵게 된데는 국제적인 외부 요인도 있지만 정부가 대책을 잘 세웠다면 여기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경제난의 원인을 “정부와 국민들이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나타난 자신감을 너무 과신해 구조적 모순, 비능률, 부패구조 등 누적된 원인에 대한 개혁을 철저히 하지 못해 오늘과 같은 상황이 왔다”고 진단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정부는 이 점을 깊이 반성하고 하반기들어 2차 4대개혁을 열심히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개혁은 2차 구조조정의 핵심이다”며 “4대 개혁을 내년 2월까지 반드시 완성해 우리 경제가 다시 힘차게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김 대통령은 민심 이반의 원인에 대해 경제난과 정치 혼란 등도 큰 원인이지만 “대통령이 확고한 리더십을 갖고 충분히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데 원인이 있다”며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이어 김 대통령은 “지금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에게 경제에 대한 신뢰감을 되살리는 것”이라며 “정부가 약속대로 2차개혁을 내년 2월까지 제대로 마무리하면 내년 하반기에는 우리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 대통령은 이와 함께 내년 경기활성화와 관련 “투자한 만큼 세금공제 혜택을 주는 임시 투자세액공제제도를 내년 1월부터 6월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해서도 특별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부품소재개발, 정보산업, 생물산업에 대해서도 세제 및 금융상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지방경제 활성화와 직결돼 있는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서 전국 4백개 주거취약구역 12만호에 대한 주택재개발사업과 주택개량사업을 실시하고, 임대주택도 기존 계획보다 5만호를 늘려 10만호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이날 경제분야에 대해 정부의 반성과 결의는 비교적 소상히 밝혔으나 국정쇄신방안과 개각 시기와 폭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국정쇄신방안은 신년초에 국민들 앞에서 밝히겠다는 뜻을 다시 확인했다.

 김 대통령은 개각과 관련해 “기업·금융 구조조정에 (내각이) 총력을 기울이는 마당에 다른데 신경쓰지 않고 맘 잡고 일할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필요할 때 개각은 하나 지금은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정계개편에 대해 김 대통령은 “아는 바 없다”고 밝힌뒤 “내년초에 시간을 내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와 만나 국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많은 의견을 듣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과 관련해서는 “가급적 명년 전반기 중 이뤄지도록 새해들어 북한측과 본격 논의해 날짜를 잡아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왕표기자〉 wang27@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