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동-장고개' 무기한 연기...정부 일부구간 건설 제동 걸어

인천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를 관통하는 부평동-장고개 도로 건설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미군기지 반환 협의가 끝나기 전 일부 구간이라도 먼저 공사할 예정이었으나, 정부가 한꺼번에 건설하라며 막아선 상태다.

결국 캠프마켓 반환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사업계획으로 보상비를 지출했지만, 도로 부지는 장시간 방치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인천시는 부평동-장고개 도로 중 3차 1공구 개설사업을 잠정 중단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도로는 총 세 차례에 나눠 건설하도록 계획돼 있다. 부평시장역에서 미군기지까지의 1차 구간 0.54㎞는 1998년 완공됐으며, 가좌4동에서 원적산을 지나 백마장길 초입에 이르는 2차 구간 1.38㎞는 사업비 문제 등으로 보류된 상태다.

최근 시가 공사 예정이었던 곳은 부평구 산곡동 237번지에서 294번지까지 이르는 3차 구간 1.28㎞ 중 1공구 0.62㎞ 구간이다. 나머지 구간 2공구 0.66㎞는 캠프마켓을 관통하도록 계획됐다. 시는 당초 3차 구간을 한 번에 건설하기 위해 미군에 기지 부분개방을 요청했다. 하지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미군기지 직전까지의 1공구 도로를 먼저 짓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에 착공 예정이었다.

문제는 중앙투자심사에서 발생했다. 1공구를 지으려면 캠프마켓을 관통하는 2공구도 함께 공사하라는 '조건부 승인'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이는 사실상 공사를 무기한 연기하라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금으로선 캠프마켓 땅을 활용할 때 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환경분과위원회의 환경평가, 환경정화, 공여구역해제, 반환 등 수 많은 절차가 남아있는데다 토양오염을 얼마나 정화할지를 두고도 긴 협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시 관계 부서에서도 '현 시점에서는 공사 가능 시기를 판단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