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물량 5만9000여가구 … 봄 성수기 뛰어넘어
아파트 분양시장은 6월 말부터 여름 비수기다. 장마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주택 수요자와 건설회사 모두 휴지기에 들어가면서 7월 모델하우스 개관 단지는 손에 꼽힐 정도였다.

그랬던 7월 주택시장이 올해 달라졌다. 이달 분양 예정 물량은 5만9000여가구로 봄 성수기를 뛰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문을 연 대부분의 모델하우스엔 무더위에도 방문객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다. 기존 주택 매매 및 전·월세 거래도 작년 같은 기간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동산 중개업계도 활기를 되찾았다. 저금리와 만성화된 전세난이 불러온 올여름 부동산시장의 새 모습이다.

올 상반기 전국 주택 거래량은 61만796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보다 30% 가까이 상승했다.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다. 이런 활황세는 통상 부동산 비수기로 분류되는 7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평균 70% 내외의 높은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계속 유지되면서 수도권 주요 지역 주택 매매 및 전세가격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분양시장에선 예전에 없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휴가철에 모델하우스를 열지 않는 건 분양업계의 불문율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달 물량은 올 들어 월별 최고치인 6만 가구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는 작년 7월의 2배가 넘는 수치다.

메르스 여파로 6월의 일부 물량이 이달로 미뤄진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부동산 분양마케팅 관계자는 "예전엔 계절과 날씨에 따라 아파트 분양시기를 조절했으나 올해는 인·허가만 떨어지면 바로 모델하우스를 여는 분위기"라며 "입지와 상품 경쟁력만 있으면 계절적 요인은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사철 구분이 희미해지고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미리 집을 구하거나 상대적으로 물량이 많은 반전세(보증부 월세) 수요로 잇따라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세입자들이 가을철마다 반복되는 전세난에 대비해 미리 전셋집 확보 및 주택 구입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저금리 여파로 월세 수요가 전·월세 거래의 40%를 넘으면서 주거지를 옮기는 데 대한 부담도 줄어 들고 있어서다.

내년 상반기가 지나면 신규 아파트 대량 공급이 마무리되고 세입자들의 매매 전환이 상당 부분 이뤄져 성수기와 비수기 개념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밖에 청약시장이 활황을 보일 때 최대한 많은 물량을 공급하려는 건설회사의 이해와 저금리 주택담보 대출을 통해 내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일시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