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심의서 일부 '심각' 의견...보전대책 없이 규제강조 비판도
정부가 인천을 '재정위기단체'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천시의 재정지표는 현재 재정자주권을 빼앗길 심각 단계에 못 미치는 주의 기준을 상회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주 안에 지정 여부를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재정위기관리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이 위원회는 지방재정법과 시행령에 따라 재정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지방자치단체를 재정위기단체로 지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위원회는 인천을 비롯해 부산·대구·태백시의 재정위기단체 지정 여부를 심의했다. 이 과정에서 위원회는 인천을 재정위기단체 주의와 심각 등급 중 '주의' 등급으로 지정하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위원들은 심각 등급으로 지정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재정 문제에 정통한 한 교수는 "위원회가 의견을 올렸으니 정부가 결정할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반반이다. 어떻게 결론이 날 지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위원회가 문제 삼고 있는 지표는 '예산대비 채무비율' 이다. 시행령에 따르면 채무 총액이 1년의 최종 예산의 40% 이상을 기록할 경우 재정위기단체 심각 등급으로, 25% 이상이면 주의 등급으로 지정하도록 돼 있다. 인천은 지난해 말 기준 37.6%를 기록하고 있다. 주의 기준을 훌쩍 뛰어넘어 심각 등급에 근접한 수치다.

재정위기단체 심각 등급으로 지정되면 재정건전화 계획을 수립한 뒤 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 밖에도 정부의 지도·권고, 재정상 불이익 조치 등이 한꺼번에 이뤄진다. 반면 주의 단체에 대한 처분은 재정건전화계획을 자율적으로 수립하는 수준에 머문다. 이에 따라 인천이 주의 등급으로 지정된다해도 당장 피해를 보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방재정에 대한 보전대책 없이 '규제'만 강조하는 모양새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구나 이번 전체회의는 그동안 재정위기단체 지정 지표에 문제가 있다는 논란에 따라 무려 2년6개월 동안 개최되지 않았다. 위기단체 지정에 앞서 지표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시 관계자는 "주의 등급에 지정돼도 당장 페널티가 있는 건 아니라 괜찮지만 정부가 정치적으로 지방재정을 관리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주기 위한 게 아닌가 싶다"라며 "지표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면 지금의 기준으로 주의와 심각을 가르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위원회의 논의 내용을 종합해 장관이 결정할 것이다"라며 "지표 개선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당장 확인해 줄 내용은 없다"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