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힘이 이름까지 소유" … 아파트 브랜드명 반대·명명권 조례제정 촉구

수원시미술관 명칭문제를 논의하는 문화정책포럼이 17일 '수원공공미술관 이름바로잡기 시민네트워크(이하 수미네)'와 문화연대 주최로 20여명의 문화, 시민운동 관 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서울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은 '도시 문화예술공간의 공공성의 위기'를 주제로 원용진(사회, 문화연대 공동대표), 박불똥(미술가), 박은선(리슨투더시티), 양훈도(수미네 공동대표), 이영범(경기대 대학원 건축학과 교수), 임정희(문화연대 공동대표), 조지은(믹스라이프) 등 8명의 패널이 토론을 펼쳤다.

발제를 맡은 패널들은 "자본의 힘이 공공예술기관의 명칭까지 소유하는 일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대기업 홍보전략이 공공예술영역까지 잠식하는 현황을 짚어보고 그에 대한 시민들의 대응책을 논의했다.

양훈도는 명명권에 대한 조례제정을 촉구하는 한편 시와 현대산업개발(주)이 비밀에 붙이고 있는 초기협의과정에 대한 시민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명칭의 부당성을 알리는 예술퍼포먼스를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한편 이름을 바꾸지 않을 경우 개관식날 별도의 시민 명명식과 퍼포먼스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영범은 공공성의 조작과 오류와 관련해 "법과 제도가 행정편의주의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정희는 "공공장소들이 이전보다 점점 더 조직적으로 통제되고 엄격하게 제한되며 사유화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상품명으로 공공공간이 호명될 때마다 공동체적 시민의식의 고취는커녕 소비로 충족되는 시민들의 수동적인 삶을 지속적으로 부추기고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은선은 "수원아이파크미술관은 현대산업개발(주)이 건물을 지어 수원시에 기부한 것이 아니라, 현대아이파크 홍보관의 운영을 수원시가 공짜로 해주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패널들은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새우깡음악당'도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며 공공성의 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그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싸움은 길고 지루하게 펼쳐지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따라서 각 시민·문화단체의 지속적인 협력과 연대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한편 수원시미술관은 현대산업개발(주)이 2012년 7월 수원시 소유지(화성행궁 인근)에 300억원 규모의 건물을 지어 기부채납하기로 수원시와 MOU를 체결해 공사에 착수했으며 오는 10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수원시와 현대산업개발(주)이 미술관 이름을 대기업의 아파트브랜드명을 붙여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으로 하기로 합의한 것이 알려지자 지역의 문화·시민운동 단체들은 '수미네'라는 연대체를 구성해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수미네'는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시측에서 일방적으로 대기업에 공공예술공간의 이름을 팔아넘겼다"며 개명을 요구하고 있다.

시는 명칭변경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시의회는 지난 5월 24일 '시와 현대산업개발이 명칭과 운영문제를 협의하여 조례부분개정안을 제출하라'는 단서조항을 달아 '관리와 운영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수미네'는 1인시위, 공사장 앞 도시락파티, 퍼포먼스 등 각종 저항수단을 동원해 수원시와 현대산업개발이 공익을 위해 미술관명칭을 개정하도록 요구해왔다.


/양훈철 기자 ya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