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역습 … 잃어버린 고래의 꿈
인천해역 수온 상승 … 먹이생물따라 이동
어획용 그물 원인 대다수 사망상태 발견
한국, 생태학적 가치보다 식용가치 우선
보호단체 "하나의 생명 … 정부인식 개선을"
▲ 인천 옹진군 소령도 해상에서 지난 5월31일 그물에 걸려 죽은 밍크고래가 발견됐다. 길이 4.6m, 둘레 2.54m, 무게 1.5t인 이 밍크고래는 최초 발견자에게 인수돼 인천수협 소래공판장에서 900만원에 낙찰됐다. /사진제공=인천해양안전경비안전서

인천 등 서해안에 서식하는 밍크고래가 심상치 않다. 최근 인천 옹진군 소령도 앞바다에선 밍크고래 한 마리가 그물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됐다.

흔한 일은 아니나 이런 사례는 지난 2005년 이후 인천 앞바다에서 이따금씩 일어나고 있다. 환경·고래보호단체는 인천 앞바다의 수온 변화가 이런 현상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또 이들은 죽은 밍크고래를 발견자에게 넘겨 경매에 붙이는 관행을 없애고, 밍크고래의 죽음을 연구해 바다(자연)로 되돌려보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인천에는 이같은 현상을 연구하는 기관·단체는 없다.

인천일보는 창간 27돌을 맞아 인천 앞바다의 밍크고래 서식 현황과 발견 사례, 밍크고래 사체 유통의 문제점, 올바른 밍크고래 보호 대책을 짚어봤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와 옹진군, 해양환경관리공단,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인천기상대, 울산 환경연합 바다위원회, 고래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가 취재를 도왔다.

인천 앞바다에선 무슨 일이?

지난 5월31일 오전 6시30분. 인천 옹진군 소령도 남쪽 8㎞ 해상에서 조업하던 선장 A(56)씨는 그물에 걸린 밍크고래를 발견해 해경에 신고했다. 이날 발견한 밍크고래는 길이 4.6m, 둘레 2.54m, 무게 1.5t으로 죽은 지 2~3일 가량 지난 것으로 보였다.

인천해경은 불법 포획 흔적이 없어 A씨에게 고래 유통증명서를 발급해 넘겼다. 이 밍크고래는 인천수협 소래공판장에서 900만원에 낙찰됐다.

앞서 지난 2012년 11월2일에는 백령도 하늬해변에서도 길이 5.3m짜리 밍크고래가 죽은 채 발견됐다.

또 지난 2011년 10월7일에도 백령도 서쪽 3.7㎞ 해상에서 길이 7.7m, 둘레 3.4m, 무게 4t 짜리가, 지난 2008년 3월29일 덕적도 서쪽 50㎞ 해상에서도 길이 7.5m, 둘레 4.4m, 무게 5t인 밍크고래가 각각 그물에 걸려 죽었다.

2005년 10월과 이듬해 11월에도 덕적면 북리 동쪽, 백령도 남서쪽 해상에서도 같은 모습으로 죽은 밍크고래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 당시 인천에는 공판장이 없어 주로 부산, 포항, 울산 지역으로 옮겨 경매가 이뤄졌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 관계자는 "인천 앞바다에서 밍크고래가 죽은 채 발견되는 일은 흔하지 않은 일"이라며 "해경은 현행 고래 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를 근거로 불법 포획이 없으면 최초 발견자에게 죽은 밍크고래를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에 확인한 결과, 현재 인천 등 서해안에 서식하는 밍크고래는 1000여 마리다. 동해안 600마리보다 많다.

김현우 고래연구소 연구사는 "밍크고래는 서해안에 두루 살기 때문에 인천에서 발견되는 사례만 갖고 어떤 패턴을 논하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밍크고래의 사망 원인, 발견 이유를 연구하려는 자세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고래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의 조약골 활동가도 "인천 해역에 밍크고래가 많이 서식하는데다, 종종 죽은 채 발견되지 않느냐"며 "해당 자치단체가 큰 관심을 가져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수온 변화 탓? 먹이 찾다 모두 생명 잃어

인천 옹진군과 환경·고래보호단체는 인천 앞바다의 수온 상승을 눈여겨 보고 있다. 바다물의 온도가 오르면서 크릴 새우와 명태, 멸치 등의 먹이를 찾아 인천 앞바다까지 온다는 것이다.

인천기상대가 덕적도 해상기상관측 기구로 지난 2005년부터 올해(5~6월 평균)까지의 수온 변화를 분석한 결과, 실제로 인천 앞바다의 수온은 10년 전에 견줘 0.5℃ 상승했다.

한국남 인천기상대 주무관은 "일부 년도에는 수온이 낮아진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인천 앞바다의 수온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고 말했고, 박철수 옹진군 수산과 팀장은 "수온이 상승해 먹이 생물을 따라 밍크고래가 인천 앞바다에 온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밍크고래는 대부분 왜 죽어서 발견되는 걸까? 관계자들은 그물에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껏 인천 앞바다에서 발견된 밍크고래가 대부분 죽은 이유도 바로 그물 때문이다.

장김미나 울산환경연합 바다위원회 활동가는 "낭장망과 안강망은 입구는 넓고 뒤로 갈수록 좁아지는 그물인데, 먹이를 찾던 밍크고래가 여기에 걸리면 빠져나올 수가 없다"면서 "몸부림을 칠수록 조류의 힘에 밀려 더 지친다.

그러다 숨을 쉬지 못해 결국 익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다수 밍크고래는 인간이 쳐 놓은 그물 때문에 목숨을 잃고 있다"며 "외국처럼 그물에 레이더를 달아 밍크고래가 주파수를 듣고 피하게 만들던지, 윗쪽에 구멍을 내 숨쉬고 빠져나가게끔 만들던지, 그물에 걸린 밍크고래를 풀어주는 어부에게 포상금을 주는 방식으로 이들의 생명을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밍크고래 뿐만 아니라 모든 고래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밍크고래, 바다의 로또 아냐 생명으로 봐야"

어부들 사이에서 밍크고래는 이른바 '바다의 로또'로 불린다.

꽤 많은 돈을 받고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는 식용으로 팔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죽은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 흔적만 없으면 고래유통증명서를 발급해 최초 발견자에게 넘긴다. 그 뒤 발견자는 경매에서 비싼 돈을 받고 되판다.

부패가 심하거나 발견자가 소유권을 원하지 않으면 관할 자치단체에서 소각 처리한다. 아직까지 인천 옹진군에서 밍크고래를 소각 처리한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 부패가 심한 밍크고래도 없었거니와 발견자들이 모두 소유권을 넘겨 받았기 때문이다.

옹진군 관계자는 "인천 지역은 일몰, 일출에 맞춰 조업을 하다 보니 그물에 걸린 밍크고래가 부패할 시간이 없다"며 "비싸게 팔리는 만큼 어부들 사이에선 밍크고래가 로또(복권)로 통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미국은 죽은 채 발견된 밍크고래를 인적이 드문 해안가에 그대로 둔다. 해양 생물의 먹이로 활용해 자연계의 먹이사슬 순환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호주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해안에 매립하거나 자연스레 부패하도록 놔둔다.

무엇보다 대만은 밍크고래 사체를 국립해양생물박물관 등 연구 시설로 보낸다. 그런 다음 고래의 나이, 폐사 원인, 먹이 습성 등을 연구해 밍크고래의 죽음을 예방하는데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밍크고래를 생선이 아닌 생명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활동가는 "혼획을 가장해 밍크고래를 포획하는 경우도 많은데, 전혀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작살로 찌른 흔적만 없으면 발견자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현행 해양수산부의 고시부터 하루 빨리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장김미나 울산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활동가 역시 "정부부터 하나의 생명(밍크고래)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바다 생태계가 살려면 밍크고래 등 여러 종의 고래가 헤엄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고래 고기 유통 금지와 관리 대책을 묻는 핫핑크돌핀스의 공문에 지난 6월30일 답변서를 보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부는 고래 관리 조치를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죽은 사체를 처리하기 곤란하고, 수요도 있기 때문에 고래 고기 유통을 금지하기는 어렵습니다.'

밍크고래.png


/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