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지친 밤 '달 샤베트' 드세요

이야기는 무더운 여름 밤, 조금은 오래되어 보이는 빌라가 배경입니다. 작가는 배경과 인물을 미니어처 형식으로 만들고 사진을 찍어 표현했지요. 그래서인지 옆집이나 앞집을 슬쩍 들여다보는 착각에 빠집니다.

집안 풍경이 실물 화상처럼 오롯이 들어오는데 그 보는 맛이 새롭네요. 더위에 지친 이들은 냉장고에 선풍기 심지어 에어컨까지 빵빵하게 틀었습니다. 하지만 에어컨도 없이 사는 달은 더위를 견디다 못해 녹아내렸어요.

우리가 남극의 얼음이 녹는다며 걱정하는 사이 작가는 동화적 상상력으로 달을 녹아내리게 한 것이지요.

강승숙 인천부광초등학교 교사
놓칠세라 반장 할머니가 허둥허둥 고무 대야를 들고 나갑니다. 고무 대야를 든 할머니 모습이 오래전 풍경처럼 낯설지 않습니다.

이렇게 '달 샤베트'가 빚어내는 이야기는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에서 판타지를 불러오고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하지요.

'마고할미'의 현신쯤으로 보이는 반장할머니가 녹아내린 노란 달 방울을 샤베트 틀에 넣어 얼리는 장면에서는 눈이 번쩍 뜨입니다.

냉방기 과부하는 정전사태를 불러오고 사람들은 불빛 환한 반장 할머니네로 모여듭니다.

할머니한테 시원한 달 샤베트를 받아 마신 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더위가 사라집니다. 노오란 달빛이 몸에서 흘러나오네요.

등장인물이 늑대라서 기묘한 느낌도 있지만 이 장면은 무척이나 신비롭고 아름답더군요.

휴, 좋다. 이제 이야기가 끝났구나 하며 책장을 넘기는 순간 놀랄 일이 벌어집니다.

달을 잃어버린 귀여운 토끼 두 마리가 반장 할머니집을 찾아온 것입니다. 반장 할머니는 이들을 위해 남은 달 물을 빈 화분에 붓습니다.

순식간에 달맞이꽃이 피어나고 하늘에는 커다란 보름달이 뜹니다. 토끼도 빌라 주민도 모두 행복한 밤이 되었습니다.

동화 '달 샤베트'는 이웃과의 정이 사라지고 층간소음과 같은 갈등이 발생하는 현대 시대, 옆집과 앞집·동네 사람들과의 관계을 재 조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에너지 과용으로 환경적 문제가 제기되는 때에 작가는 목소리 하나 높이지 않고 심각한척 하지도 않으면서 소통과 환경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탁월하게 풀어냈습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 '삐약이 엄마', '장수탕 선녀님', '구름빵'도 꼭 챙겨보기를 권합니다. /강승숙 인천부광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