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국적항공 예약취소 17만건 달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탓에 국내로 들어 오려는 외국인이 급감하고 해외에서 한국인 기피현상이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변재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국적항공사별 국제선 여객 예약취소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2일까지 13일간 약 17만4127건의 항공권 예약이 취소됐다. 1일 평균 약 1만4000여명이 국내방문 및 외국방문 등의 해외여행을 취소한 셈이다.

이는 해외여행을 계획한 한국인과, 우리나라로 여행을 오려던 외국인들의 국적항공기 예약취소 건수를 합한 수치다.

국적항공기는 대한항공·아시아나·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 등이며 해외 항공까지 더하면 이 수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동안 메르스 사태 탓에 가장 많은 예약취소 건수가 발생한 항공사는 대한항공으로 약 8만명이 예약을 취소했다. 아시아나는 약 6만명이 국제선 항공기 예약을 취소했다.

메르스로 인한 예약취소 현황을 별도로 집계하지 않는 에어부산의 경우 지난 12일의 여객탑승률이 지난해 같은 날 대비 약 13.5% 감소했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해외에서 올 여름 휴가를 보내거나 업무차 해외 출장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한국인 기피현상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국내 기업 대표는 최근 싱가포르 출장 계획을 취소했다. 현지 업체가 출장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데다 싱가포르 당국이 한국에서 입국하는 여행객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자칫 격리될 경우 병원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싱가포르관광청은 "한국에서 출발한 모든 승객이 병원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며 싱가포르는 한국방문자들을 계속 환영하고 있다"면서 "다만 메르스 조기 발견을 위한 추가적인 예방조치로 한국발 승객들에 대해 공항에서 체온 측정을 실시하고 있으며 입국시 고열이 감지 되지 않은 모든 승객들은 평소와 같이 검문소를 통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에 맞춰 의료진이 매뉴얼에 따라 해당 승객의 체온을 재검사하고 여행 이력 및 메르스 확진자와의 접촉 이력이 있는지 확인하며 호흡곤란과 더불어 폐 감염이나 심각한 호흡기 감염의 근거를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인 유학생과 교환학생들이 해외 대학의 가을학기 개강에 맞춰 출국할 시기도 다가오면서 이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화권 국가를 중심으로 방한시 사전에 신고할 것을 주문하는 등 한국인 유학생에 대한 통제에 나서는 대학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미국령 괌에서도 지난 12일 괌공항에서는 괌을 방문한 후 한국으로 귀국하려던 한국인 남성이 한국 정부의 감시대상자에 들어 있어 제주항공 비행기 탑승이 불허되고 즉각 가족과 함께 격리 조치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남성은 열이 나거나 기침하는 등의 메르스 증상이 없으며, 괌 의료진의 검사결과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괌 정부는 밝혔다.

괌 정부는 메르스로 의심돼 격리된 관광객은 한국에서 손가락 골절로 치료받은 경험이 있으며 해당 병원이 메르스 확진자가 경유한 병원이어서 예방차원에서 확인에 나섰고 현재까지 단 1건의 메르스 발병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국제관광과 관계자는 "한국 소식이 실시간으로 해외 언론에 번역돼 보도되는 등, 해외 현지에 불안감이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적극적으로 '한국은 안전하다'라고 홍보하고 나서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