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함성 가득했던 '시위·환영행사' 단골 장소
부정선거·규탄 등 항의 집회 개최·인천 출신 파월장병 무사귀환 기념도
약장수들 '묘기' 부리며 행인 시선잡아 판매·90년대 선거철 유세장 활용
▲ 80년대 초 만해도 동인천역 광장에서는 약장수들의 차력이나 간단한 서커스묘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구경거리가 별로 없었던 시절이라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한가롭게 '공연'을 즐겼다.

인천에는 '광장'이라 불릴만한 넓은 공간이 별로 없었다.

한때 '답동광장'으로 불린 답동사거리와 자유공원의 비둘기광장이 아쉬운 대로 광장 역할을 했다.

시청이 구월동으로 이전하면서 청사 앞에 광장이 조성되었지만 분수대 등이 들어서면서 그 기능은 곧 살아졌다.

동인천역 광장은 오랫동안 인천의 대표적인 광장 역할을 했다. 60·70년대 광장은 시위와 규탄대회의 단골 장소가 됐다. 1960년 4월, 3·15 부정선거에 대한 항의 집회는 인천도 예외가 아니었다. 많은 학생들이 동인천역 앞과 경동 싸리재 등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시위를 했다.

1969년 12월 11일 승객과 승무원 50명을 태운 강릉발 김포행 KAL기가 북한에 의해 납치되자 동인천역 광장에서는 납북된 KAL기 승객전원 송환촉구 및 북괴세균전 획책을 규탄하는 인천시민궐기대회가 열렸다.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조총련 문세광이 쏜 흉탄에 대통령부인 육영수 여사가 숨을 거두는 사건이 터졌다.

그달 28일 인천시민들은 동인천역 광장에서 김일성을 규탄하며 화형식을 치른 대규모 시민규탄대회를 열었다. '30만 명의 시민이 모였다'라고 보도될 만큼 광장을 비롯해 용동마루턱 까지 인산인해를 이뤘다.

동인천역 광장은 시민환영대회장으로도 활용되었다. '아시아의 마녀'라는 별명이 붙은 인천출신 투포환 선수 백옥자는 1970년 방콕아시아경기대회에서 투포환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 메달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여자 개인이 딴 최초의 메달로 기록된다. 그를 비롯한 인천 출신 메달리스트들은 동인천역 광장에서 시민의 열렬한 환영을 받은 후 답동사거리를 거쳐 시청(현 중구청) 까지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무사귀환한 인천 출신 파월장병도 이 광장에서 맞이했다. 1970년대 초 베트남전이 서서히 종전으로 접어들자 따이한 부대들은 하나둘 한국으로 송환됐다.

인천시는 동인천역 광장에서 '월남에서 돌아 온 새까만 김 상사'들을 맞이하는 대대적인 환영식을 개최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광장은 약장수들의 임시판매장으로 그만이었다. 정력제 등 검증되지 않은 '약'을 팔려면 무엇보다 행인의 시선을 끌어야 했다.

그들은 차돌을 당수로 마구 부수고 못 박힌 널빤지 위를 맨발로 걷는 차력 '쑈'나 간단한 서커스 공연을 자주 열었다. 구경거리가 별로 없었던 시절, 광장에 마이크대만 설치해도 사람들은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90년대 들어와서 동인천역 광장은 각종 선거 때마다 유세장으로 활용되었고 굴업도 핵폐기장 철회 촉구, 영흥도 화전 반대 등 환경 관련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인천시민의 애환이 담긴 동인천역 광장이 사라졌다. 1989년 4월15일 동인천역 광장을 뒤덮은 지하 3층 지상 5층 민자역사가 들어서며 '인천백화점'이 개점했다.

초기에 점포가 완전 분양될 정도로 기대감이 컸지만 2001년 폐업했고 이후 패션전문 쇼핑몰 형태인 '엔조이쇼핑몰'로 업종을 전환했지만 이마저도 2008년에 문을 닫았다.

현재 이 건물에는 화상 경륜장과 경정장만 영업 중으로 발걸음조차 뜸해지면서 시민들은 동인천역사(驛舍)와 광장을 둘 다 잃어버렸다. 대신 2012년 북광장을 얻게 됐다.

기존 광장의 반대편 송현동 쪽에 총 1만5천㎡(4569평) 부지에 북광장이 조성되었다.

동인천북광장 조성 사업은 당시 인천의 유행어와 같았던 '도시재생사업' 가운데 선도적으로 추진되었지만 보상비 문제로 수년간 공사가 지연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철거 작업이 마무리되고 2012년 6월 완공됐다.

27년 전 88서울올림픽 성화 봉송은 많은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옛 광장 앞(대한서림 쪽)을 지나갔다. 지난해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 성화 봉송행사는 북광장에서 거행됐다. 동인천역 주변의 상권 분위기가 광장 위치에 따라 급격히 바뀌고 있다. /유동현 인천시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