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얼굴] 최승민 남중부 복싱 은메달
"잘싸웠다고 생각했는 데 져서 많이 아쉽지만 이마저도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으로 삼아야죠."

최승민(동인천중3)은 제44회 전국소년체육대회 마지막날인 2일 제주시 남녕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남중부 복싱 라이트밴텀급 결승전에서 김상혁(제주LH복싱클럽)에게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납득할 수 없는 결과였다. 경기가 끝나고 상대 선수의 손이 올라가자 관중석에서는 '편파판정'이라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결과에 흥분한 동인천중 코치는 승민이를 잠시 링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한 뒤 격렬하게 심판진에 항의했다. 주최측의 간곡한 설득 끝에 승민이를 링에서 내려보냈지만 동인천중 관계자들은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누가봐도 승민이가 더 잘 싸웠다. 상대 선수가 안방인 제주 출신이라 좀 불안했는데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 어른들이 납득할 수 없는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 어린 승민이보기가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렇듯 어른들은 격앙되어 있었지만 오히려 승민이는 냉정했다.

"코치 선생님의 지시로 잠시 링에 앉아있었지만 결과가 뒤집힐 수 없는 것을 알고 있어 속상했어요. 하지만 억울해하거나 아쉬워만하면 발전할 수 없죠. 더 열심히 노력해서 실력을 키우는 게 답인 것 같아요."

2년전인 1학년 때 호기심에 또래들과 우르르 복싱장에 몰려갔는데 지금은 함께 운동을 시작했던 친구들이 모두 링을 떠났다.

너무 힘들다는 게 이유였다. 승민이도 물론 힘들었지만 잘 견디며 지금 혼자 남아있다.

고민수 감독은 "승민이는 성실하고 자기관리를 정말 잘하는 선수"라며 "오늘 당장은 아쉽지만 승민이가 이를 이겨내고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인천체고에 진학해 국가대표가 된 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포부를 밝힌 승민이는 "훈련이 힘들어요. 하지만 그 때마다 '시합까지만 견디자'라고 다짐해요. 시합에 나가 메달을 따면 정말 짜릿하거든요. 그 느낌을 즐기는 게 정말 좋아요"라며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

/제주=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