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필체·과학적 조합 '서예' 힐링효과 뛰어난 전통예술"
"문인화·캘리그라피 유망 작가 "한글·서예 중요성 알리는데 기여하고파 "
▲ 이혜원 제27회 인천서예대전 대상 수상자

어렸을 때 꿈은 '대통령'이었다. 스스로도 대통령이 멋져 보였고, 주변에서도 "넌 대통령 감이야"라며 추켜 세워주곤 했다. 혜원은 아주 영리하고 당돌한 아이였던 것이다.

대통령이 되려면 무엇보다 공부를 잘 해야 했다. 그렇지만 정작 혜원의 부모님이 딸을 데려간 곳은 '서예실'이었다. 7살에 시작, 21년 간 서예를 해온 결과는 '제27회 인천서예대전 대상'이라는 결실로 돌아왔다. 그는 '행복한 시간'이란 제목의 문인화로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나무 숲을 주제로 한 그림이다.

▲ 대상 작품.
대통령의 꿈을 구체화하기 위해 인하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 학사 석사과정을 거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이다. 그렇지만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됐다. 그가 꿈꿔온 진정한 대통령은 '서예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어려서 처음 서예를 시작할 때도 좋았지만 지금은 더 깊이 사랑하게 됐습니다. 아름답고 다양한 필체들, 과학적인 조합. 서예는 마치 비밀의 화원처럼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리 전통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예 서예작가이자 문인화가인 이혜원(28)씨는 어려서부터 서예를 해왔지만 지금도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새하얀 전통한지에 오로지 먹을 묻힌 붓끝으로 쓰는 것이건만, 때론 글씨가 아닌 그림처럼, 때론 만물의 이치를 밝혀주는 진리처럼 다양한 빛깔과 메시지로 사람의 마음을 파고든다는 것이다.

줄곧 서예만 해오던 그가 문인화로까지 영역을 확장한 것은 욕심이 많은 그로서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한글서체에 푹 빠지면서 줄곧 한글서예만 해 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인화를 보았는데 서예와는 또 다른 매력이 보이더라구요. 묵의 농담을 이용해 단아하고 고고하게 펼쳐지는 문인화의 세계를 알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이혜원씨는 서예에서 시작해 문인화는 물론, 캘리그라피의 영역을 넘나들며 유망한 신예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대상 수상을 계기로 더욱 정진해 무엇보다 우리 한글과 서예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는 "서예는 최근 감성손글씨, 먹글씨란 이름으로 젊은 층 사이에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캘리그라피와 맞닿아 있다"며 "서예를 고리타분하고 지루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서예문화의 발전과 부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서예에 뛰어난 힐링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서예는 비단 그 글과 그림이 가지는 자체적인 아름다움 뿐 아니라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힐링의 효과가 있어요. 서예를 하다보면 마음이 가라앉고 차분해지거든요."

이 씨는 서예가 좋은 인성을 만드는 보약 같은 존재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되겠다던 자신을 영어, 수학 학원 대신 서예학원에 데려다 준 아버지의 선견지명을 자랑했다.

이 씨는 인하대 학사, 석사를 수석으로 졸업했으며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렇지만 학문은 서예의 대가가 되기 위한 보조수단으로 족하다는 생각이다. 흔히 대가는 한 가지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만 실은 다재다능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얼마전 결혼한 이 씨는 서예도 신혼생활처럼 시작해 훗날 인천, 그리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좋은 예술가가 되겠다며 활짝 웃었다.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