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뺨치는 실력 수두룩 ... 메킬로이도 '양다리' 걸쳐  
▲ 안병훈(24)이 24일(현지시간) 잉글랜드 서리주 버지니아 워터의 웬트워스클럽 웨스트코스에서 열린 유럽프로골프투어의 메이저대회 BMW PGA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중국 탁구 커플 안재형-자오즈민의 아들 안병훈(24·사진)이 우승한 BMW PGA챔피언십은 프로골프 유럽 투어 대회이다.
4대 메이저·WGC 공동 개최

전세계 돌며 '내공쌓기' 잇점

상금 적지만 기량 美와 대등

상금랭킹 3위 安 "PGA 목표"



국내 골프팬들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유럽투어는 세계 최대 골프 투어인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버금가는 큰 무대이다.

2014시즌 유럽 투어는 49개 대회를 치른다. PGA투어 대회 51개와 비슷하다.

유럽 투어와 PGA투어는 마스터스,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챔피언십 등 4개 메이저대회와 월드골프챔피언십(WGC)시리즈 3개 대회는 공동으로 개최한다.

이들 공동 주관 7개 대회 가운데 브리티시오픈을 뺀 6개 대회가 미국 땅에서 열리기에 유럽투어 대회는 43개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열리는 6개 대회도 엄연한 유럽투어 대회라는 목소리가 더 크다.

유럽투어는 '유럽'이라는 명칭이 무색하리만큼 전 세계에서 대회를 개최하기 때문이다.

남아공, 모로코, 모리셔스 등 아프리카와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터키, 말레이시아, 태국, 홍콩, 중국 등 아시아 지역 국가도 유럽 투어 대회를 연다. 한때 한국에서도 유럽 투어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유럽에서도 영국,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전통적으로 골프가 강한 서부 유럽은 물론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등 중부 유럽 국가와 스웨덴과 덴마크 등 북유럽, 그리고 체코와 러시아 등 동유럽 국가까지 망라한다.

미국 땅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 PGA투어에 비해 '세계화' 측면에서는 훨씬 앞선 셈이다.

이런 유럽 투어의 '세계화'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적지 않다.

특히 엄청난 거리를 이동해야 하고 대회 때마다 다른 풍토와 기후, 그리고 문화와 관행이 다른 국가를 다녀야 하는 선수들에게는 고역이다.

유럽투어 새내기인 안병훈은 올해 남아공, 두바이, 카타르, 모로코, 중국, 스페인과 영국 등 7개국에서 경기를 치렀다.

유럽 2부투어를 뛰면서 간간이 유럽 투어 대회에 나선 작년에는 오만과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케냐까지 다녀왔다.

다양한 코스를 경험하면서 내공을 쌓을 수 있다는 게 유럽 투어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고단한 유럽 투어를 통해 세계 정상급으로 발돋움한 선수들은 한결같이 이런 경험을 귀중한 자산으로 꼽는다.

어니 엘스(남아공)는 전 세계 골프장 벙커 모래가 다 다르다면서 어딜 가도 벙커 모래의 특징을 가장 빨리 파악해 대처하는 능력을 갖춘 게 바로 유럽 투어에서 쌓은 경험 덕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17세 때 골프 천재로 각광받았지만 프로 전향 이후 한참 동안 무명 선수로 눈물 젖은 빵을 씹었던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도 유럽 투어에서 실력을 연마한 끝에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거듭났다.

엘스는 물론 레티프 구센(남아공),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리 웨스트우드, 루크 도널드(이상 잉글랜드), 그래미 맥도웰(북아일랜드), 파드릭 해링턴(아일랜드), 비제이 싱(피지), 마르틴 카이머(독일) 등은 유럽 투어를 발판으로 세계적 선수가 됐다.

매킬로이 역시 유럽투어가 고향이다.
선수들의 실력도 PGA 투어 못지않다. 어쩌면 더 뛰어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1979년부터 유럽 선수와 미국 선수들이 겨루는 라이더컵에서 유럽은 10승7패1무승부로 미국에 앞선다.

4대 메이저대회 우승자도 유럽 투어 출신이 수두룩하다. 지난해 4대 메이저 왕관 가운데 3개가 유럽 투어 선수에게 돌아갔다. 2013년에도 US오픈 우승컵을 유럽 투어 출신 로즈가 거머쥐었고 2012년에는 2개 메이저 챔피언이 유럽 투어 선수였다.'

유럽 투어는 하지만 상금 액수가 PGA투어보다 한참 적다. 유럽 투어 대회 총상금은 200만유로(24억원) 안팎이다. 특급대회라야 300만유로(약 50원억)가 넘는다.

PGA 투어 대회 총상금은 500만달러가 바닥이다. 600만달러가 넘는 대회가 수두룩하고 700만달러, 800만달러, 900만달러짜리 대회도 적지 않다.

26일 현재 유럽 투어 상금랭킹 1위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이다. 하지만 매킬로이의 상금에는 마스터스와 월드골프챔피언십 시리즈 대회 등 PGA 투어 특급 대회 상금도 포함돼 있다. 174만유로(약 20억원)를 벌어 상금 2위인 대니 윌릿(잉글랜드) 역시 월드골프챔피언십 캐딜락매치플레이 3위 상금(7억원), 월드골프챔피언십 캐딜락챔피언십 12위 상금(1억3000만원), 마스터스 38위 상금(4500만원) 덕을 봤다.

112만유로(약 13억5000만원)를 벌어 3위를 달리는 안병훈은 메이저급 대회 BMW PGA챔피언십 우승 상금 83만3000유로(약 10억300만원)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번 시즌 11개 대회에서 상금 수입은 3억원 남짓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유럽 투어 정상급 선수들은 대부분 PGA 투어를 병행한다.

유럽 투어 선수 자격을 유지하려면 시즌 12개 대회 출전이 의무지만 PGA 투어 대회와 공동 주관 대회가 7개나 되기에 이런 '양다리' 투어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매킬로이, 로즈, 웨스트우드, 카이머 등은 '양다리' 투어 간판급 선수들이다.

전성기 때 엘스와 구센 역시 양쪽 투어를 다 열심히 뛰었다.

이런 '양다리' 투어가 가능하려면 양쪽 투어에서 모두 적지 않은 상금을 벌어들일 실력이 있어야 한다.
중하위권 선수들은 어려운 일이다. 이 때문에 유럽 투어 중하위권 선수들은 PGA 투어와 겸한 메이저대회에서 상위권 성적을 올려 PGA 투어에 입성하는 게 꿈이다.

안병훈은 우승한 뒤 "목표는 PGA 투어"라고 분명히 밝혔다. 올해 PGA투어 출전권을 잃은 양용은도 유럽 투어를 재기의 무대로 삼고 있다.

유럽 투어는 PGA투어와 함께 세계 양대 골프 투어로 작동하고 있으면서도 아직은 PGA 투어가 지닌 돈의 힘에는 밀리는 형국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