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은 23일 2박3일간의 역사적인 북한 방문을 위해 평양에 도착, 북한 미사일 개발중지 문제등 현안논의를 통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방북 여부를 타진하기 시작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당초 예정보다 30분 정도 늦은 오전 7시 직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 영접나온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등 관계자들과 반갑게 악수한 뒤 화동이 건네 주는 꽃다발을 받았다.

 검정색 모자에 짙은 파랑색 코트 차림의 올브라이트 장관은 전용기에서 내린 후 별다른 도착 성명을 발표하지 않은 채 김 부상의 안내를 받으며 웬디 셔먼 대북정책조정관과 함께 북한측이 제공한 캐딜락을 타고 미국 대표단 숙소인 백화원초대소로 향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이 전용기에서 내려 순안공항을 빠져나갈 때까지 5분여동안 북한 기자 20여명이 몰려 취재에 열을 올렸다.

 평양 시가지는 월요일 아침 출근 시간인 탓인지 행인들이 많이 눈에 띄었으며 전차도 출근하는 승객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마침 트럭을 타고 지나가던 젊은 군인들은 취재진이 순안공항에서 숙소인 고려호텔로 이동하는 것을 반갑게 손을 흔들기도.

 ○…올브라이트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세계식량계획(WFP)의 지원을 받고 있는 평양시 낙랑구역의 정백 2유치원을 방문했다.

 유치원 운동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어린이들이 노래와 율동으로 환영하는 가운데 유치원에 도착한 올브라이트 장관은 사무실에서 WFP관계자들로부터 식량분배의 투명성에 관해 보고를 받았다.

 보고를 받고 나오는 도중 유치원생들이 앙증맞은 동작으로 여전히 율동을 하는 것을 보고 즉석에서 아이들 앞에 서서 율동을 따라 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나는 북한을 방문한 최초의 국무장관이자 어린이들과 율동을 함께 한 최초의 장관』이라고 웃음을 지고 『귀국하면 손자들에게 북한의 어린이들이 얼마나 재능 있고 춤을 잘추며 고운 지 들려주겠다』며 흡족한 표정.

 ○…24일 오전으로 예상되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회담이 전격적으로 23일 오후 3시로 당겨지자 국무부 관계자들과 취재기자는 물론 북한측 관계자들까지 놀라며 배경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더구나 올브라이트 장관이 김 위원장을 찾아가는 형식이 아니라 김 위원장이 올브라이트 장관 숙소를 방문하는 것이어서 기자들 사이에선 김 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의 북한 방문시에도 있었던 특유의 「파격외교」 또는 「담판 외교」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이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 대해 국무부 관계자들은 『우리는 잘 모른다. 일정이 바뀐 것을 통보 받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파격적인 행보에 따라 24일 예정된 올브라이트 장관의 기자회견 때 예상보다 중대한 양국의 관계 개선 합의가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았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