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욱 한국수자원공사 댐 유역관리 처장
미래학자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태풍이나 집중호우, 쓰나미가 아니라 가뭄이라고 한다. 홍수와 태풍은 눈에 보이기 때문에 피하거나 대비할 수 있지만, 가뭄은 은밀하고 완만하게 닥치며 왔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대비하기엔 너무 늦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역사를 보더라도 가뭄은 대기근을 가져오면서 찬란했던 고대문명을 수도 없이 몰락시킨 바 있다.

인류 문명의 기원이라고 하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멸망은 4200년 전부터 시작된 약 300년간의 극심한 가뭄이 원인이었으며, 중남미 지역의 찬란한 마야문명도 810년, 860년, 910년경에닥친 강력한 가뭄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어떤 기상현상으로도 문명이 멸망하지는 않지만 가뭄은 다르다. 그만큼 피해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대도시에선 가뭄으로 인한 제한급수, 단수 등이 발생한 사례가 별로 없어 관심이 부족할지는 모르지만, 가뭄에 안심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 지난 100년간 가뭄 16회, 2년 연속 대가뭄 7회 등 주기적인 가뭄 발생으로 인해 지역적으로 물 부족이 심화되고 있으며, '12년부턴 매년 봄가뭄을 겪고 있다.
특히 금년엔 서울 경기, 강원 등 중부지방이 최악의 가뭄에 타들어 가고 있는 실정으로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작년 12월부터 최근까지 누적강수량은 강원 영동 지방이 48.2㎜로 평년(193.6㎜)의 25% 수준에 불과한 수준으로 기상당국이 누적 강수량을 집계한 1973년 이래 가장 적은 강수량이라고 한다. 강원 영서지방도 56.2㎜로 평년 강수량의 54% 수준에 그쳤고, 서울·경기는 60.3㎜로 평년의 59% 수준인 상태이다.

현재 서울, 경기, 강원지역에 용수를 공급중인 다목적댐도 낮은 강수량 등으로 현저히 낮은 저수율을 보이고 있다. 소양강댐 30%, 충주댐 27%, 횡성댐 28% 수준으로 3월말부터 댐 저수량 비축을 위해 용수공급량을 감량한 실정이다.

하지만, 댐이 흘려보내는 물을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남한강에는 여전히 풍부한 물이 흐르고 있다. 바로 남한강에는 3개의 다기능보가 있기 때문이다. 즉, 다기능보가 하천수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덕분에 가뭄에도 풍부한 물을 흘려보낼 수 있는 것이다.
남한강뿐만 아니라 다기능보가 설치된 4대강 주변지역 농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4대강 사업 전 가뭄때는 하천수위가 낮아 취수장과 양수장 가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사업 후 수위가 상승한 덕에 가뭄시에도 용수공급에는 차질이 없다고 한다.

실제로 보 설치를 통해 하천수위가 평균 2m 상승해 보 구간에 위치한 150여개의 생 공용수 취수장과 농업용수 양수장 등은 가뭄에도 정상적으로 가동을 하고 있으며, 4대강 사업 전인 1999년부터 2011년까지 가뭄시 용수 부족으로 댐 방류요청이 21차례나 있었으나, 2012년부터는 단 한 차례도 방류 요청이 없는 등 4대강 본류에선 가뭄피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다만, 4대강 조사평가에서도 지적했듯이 4대강에 확보한 물을 본류 외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조사평가 후속조치 계획에 따라 금년 5월 '4대강 수자원 활용 개선방안 수립연구'를 착수해 본류에 확보한 풍부한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과 더불어 우리나라 수자원 활용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 간 4대강 사업 효과에 대해선 정부와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이제는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4대강 조사평가 결과를 토대로 4대강 사업의 단점은 개선하고, 장점은 강화해 국민들에게 걱정거리인 4대강이 아닌 풍요로움과 역사·문화·생명이 흐르는 4대강으로 인식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금번 봄가뭄을 계기로 물 관리의 필요성과 물재해 예방에 유비무환의 자세가 더욱 필요함을 느낀다. 물관리 전문기관에서 일하는 한 직원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물부족 국가로 분류된 우리나라의 물환경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균형적인 물공급을 통한 물복지 구현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