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국 평균 比 한국 2배 높아…시 전국 7위
경제적 어려움·무기력한 분위기 잇따른 현상
각종 프로그램 등 사례관리로 해마다 감소세
24시간 상담전화 운영…'긴급대응체계' 구축
2020년까지 '20% 줄이기' 목표…민관협력도
안타까운 생명이 꺼져간다.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은 사회적인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평균 자살률은 10만 명당 12.1명. 반면 우리나라는 2배에 달하는 29.1명 수준이다. 인천도 예외는 아니다. 30.6명으로 17개 시·도 중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 개인을 넘어 사회적으로 모두가 함께 자살 문제를 고민해야 할 시점을 맞이했다. 인천시는 올해에도 자살 예방사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단순 상담과 교육을 넘어 각종 통계·연구사업, 생명존중 문화 조성 등 다양한 방면에서의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청소년, 직장인 및 실직자, 노인 등 남녀노소를 넘어 예방사업과 치유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상담 사업과 함께 응급의료기관과의 협력 체계도 구축했다. 행여나 남겨질 유족을 위해 심리 상담도 함께 추진한다. 연구사업으로는 자살시도자 사례 데이터 구축, 사례관리 효과성 연구, 사망자 특성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안타까운 생명을 구하기 위한 공공기관의 노력을 살펴본다.

▲비극은 막을 수 있다
인천지역의 자살률은 타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다. 특히 도서지역과 원도심 지역이 높게 나타나는 편이다.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인들이 많아지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거나 외로움과 고독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경기침체로 인해 사회 전반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확산되고, 무기력한 분위기가 이어진데 따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래도 '비극'은 막을 수 있다. 시가 지난 2011년 '사례관리 효과성 연구'를 통해 자살 시도횟수 등을 분석한 결과, 각종 프로그램이나 교육 등 사례관리를 거친 사람은 자살 시도 횟수가 1.9회에서 0.4회로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13년 '자살원인 분석을 위한 심리부검'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74.2%가 주변에서 미리 알 수 있는 신호를 보내며, 93.5%가 목숨을 끊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드러났다. 징후가 드러난다면 사례관리를 통해 위험을 확실히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인 셈이다.

지난 2013년 인천시민 정신건강수준 및 인식도 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사례관리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인천시민 1000명 중 정신건강에 대한 도움이 필요하다고 답한 이는 7.2%였다. 반면 서비스 이용률은 4.0%에 불과했다. 이는 자살 예방 관련 정책이 시행되곤 있지만, 지금보다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성과는 나타나고 있다. 시는 지난 2012년 이후 예방사업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그 이후 매년 자살률이 확연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1년 10만명 당 32.8명에서 2013년 기준 30.6명까지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정신건강상담 서비스를 이용하는 빈도 역시 늘어나고 있다. 2012년 8922건을 시작으로 지난해 1만5989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미추홀 콜센터 상담원들도 이에 대비한 교육을 받고 있다. 특히 시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에 참여한 사람 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사람이 매우 적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생명사랑이 넘치는 건강한 인천'
시가 내놓은 자살예방사업의 비전은 '생명사랑이 넘치는 건강한 인천'이다. 장기적으로는 오는 2020년까지 자살률을 20% 이상 감소시킨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시가 제시한 첫 번째 방안은 '민관협력체계 구축'이다. 시, 예방위원회, 예방센터, 실무협력부서를 중심으로 지역 보건소·인천시의회·경찰·소방 등 관계 기관이 함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유관기관 및 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된 예방위원회는 매년 회의를 열고 생명존중 문화를 퍼뜨리기 위한 교육이나 홍보 방안, 예방사업 계획 검토, 협력체계 구축 등을 논의한다.

광역예방센터와 군·구 정신건강증진센터는 구체적으로 사업을 실행하는 기관이라 할 수 있다. 광역센터는 24시간 상담과 24시간 응급출동을 필두로, 고위험군 사례관리·치료비지원·유가족 지원·전문가 양성 등의 역할을 종합적으로 맡아 시행하고 있다. 군·구센터는 지역 특화사업이나 인식개선사업, 생명지킴이 양성 등을 추진한다. 생명을 지키고 있는 센터 직원은 총 21명이다.

▲세대 막론하고 돌봐야
시가 추진하는 예방사업의 특징은 세대를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다. 10대 사망원인의 1위가 자살이고, 성인들이 실업·구조조정 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는 사실은 통계와 연구에서도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노인들도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고독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시는 모든 세대에 걸쳐 맞춤형 예방사업을 펴고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는 학교에서 진행되는 '정신건강 및 생명사랑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동영상 등을 활용해 1시간가량의 교육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중·고등학교 100곳에 다니는 5만여명의 학생들이 교육 대상이다. 학교 내에서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학생이 나타나면 상담과 치료를 병행하며, 학부모 500여명에게는 '생명사랑지킴이' 교육도 실시한다. 이 밖에도 학교 밖 청소년 자살예방사업 지원, 자아존중감 향상 프로그램 운영 등도 계획돼 있다. 성인 관련 사업으로는 희망 기업체를 대상으로 심층상담실 운영, 교육 실시, 고위험군 치료, 정신건강 워크숍 실시, 인식개선사업 등이 추진된다.

노인 관련 예방사업에는 예방센터와 노인복지 관련기관이 합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노인복지 기관이 1차적으로 대응하고, 센터가 고위험군 관리와 전문가 교육 등 전문영역을 맡는 형태다. 올해에는 노인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건강심포지엄이나 캠페인과 같은 인식개선 사업도 병행한다.

▲긴급대응도 철저히
혹시라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사람이 발생할 경우에는 긴급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는 상담 전화(1577-0199)를 통해 24시간동안 적극적으로 상담에 응하고 있다. 시는 이후 면담, 등록관리, 상담, 서비스 연계 등의 절차를 거쳐 회복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자살을 시도했을 경우 응급의료센터를 통한 빠른 대응에 들어간다. 응급실 치료와 함께 환자에게 큰 이상이 없을 경우 예방센터 직원이 직접 면담을 실시하며, 사례 관리에 들어간다.

긴급 대응 기관으로는 응급의료센터 20곳, 예방센터 1곳, 정신건강증진센터 9곳 등이 있다. 시는 만약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을 때에도 유가족을 상대로 한 상담, 집단치료, 유가족 면담, 치료비 지원, 모임 주선 등에 나서고 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