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구 묻지마 살인 피해 9세 여아 공소시효 석달 남아
아파트 놀이터에서 뛰어놀던 그 여자아이는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흉기의 주인은 누굴까. 안타깝게도 아파트 주변엔 폐쇄회로(CC)TV가 단 한대도 없었다. 유일한 목격자는 또래 어린이 3명 뿐.
불행 중 다행히도 아이들은 그놈 목소리를 기억했다. 가늘지만 날카로운 음성.
바로 "백화점이 어디 있는지 알려줄래?"였다.
그러나 당시 수사본부를 꾸린 경찰은 범인도, 범행에 쓴 흉기도 끝내 찾지 못했다.
지난 2000년 8월5일 저녁 8시15분 인천 계양구 작전동의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일어난 A(당시 9세)양 살인사건이 15년째 안개처럼 뿌옇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고작 석달 남짓 남았다. <관련기사 19면>
시간이 없다. 하지만 범인은 여전히 모습을 꼭꼭 숨기고 있다.
13일 인천 계양경찰서에 당시 수사자료를 확인한 결과, A양은 사건 당일 친구들과 놀고 있었다. 그때 한 남성이 다가와 백화점 위치를 물었고, 갑자기 A양의 배를 흉기를 찌르고 달아났다.
A양은 처음 놀던 곳에서 10m 가량 떨어진 곳에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금품을 빼앗거나 성범죄를 저지른 흔적은 없었다.
경찰은 목격자 어린이들의 진술을 근거로 범인의 몽타주 5000장를 만들었다. 용의자는 키 165~168㎝에 약간 마른 체형의 20대 남성으로 흰색 윗옷과 검정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이어 경찰은 같은 해 12월까지 이 지역 정신 이상자와 마약사범, 현장 배회자 등 1200여명을 탐문수사했다. 그러나 대다수 용의자는 알리바이가 확실했고, 수많은 시민들의 제보 역시 모두 이 사건과 관련이 없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또래 어린이들이 진술을 번복하면서 사건은 점차 미궁에 빠졌다.
그해 12월 경찰 수사본부는 해체됐고, 지금까지 A양 살인사건은 실타래를 전혀 풀지 못한 채 미제로 남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발생 일주일 뒤 공개수배까지 했으나 효과가 없었다"며 "설사 이제 와 범인을 잡더라도 당시 범행을 입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황신섭·정회진 기자 hss@incheonilbo.com
저작권자 © 인천일보-수도권 지역신문 열독률 1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