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확장 어려워 근로자 경력 쌓아 독립
인천, 최근 5년간 1~4명 사업장 17.6% 증가
복지 열악 - 구직자 외면 악순환 … 지원 절실
#인천 남동구에서 금속가공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6)씨는 요즘 영업부터 제품 배송, 생산까지 도맡느라 사업을 시작했던 10여년 전보다 도리어 업무가 늘었다.

2008년 외환위기 때 불어닥친 경기 침체로 업체 규모를 줄여 나갔고, 근로자 수도 동반 감소해 벌어진 일이다. 15명의 직원이 일하던 김씨 업체에는 현재 생산 근로자 2명만 남았다.

김씨는 기업 규모 축소가 특정 개인 사업자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전통 제조업이 살아남기 힘든 세월이 지난 몇 년 동안 계속됐다"며 "중국 등에서 들어온 값 싼 제품들이 국내 제조업체 제품을 대신했고, 내수는 연일 얼어붙어 작은 기업들의 판로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부평구의 한 제조업체 대표 박모(45)씨는 "젊은 시절 취직한 공장에서 평생 월급 받고 일하기 쉽지 않은 게 이쪽 계통의 특징"이라며 "결국, 경력 쌓이면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 사업장을 내지만, 불경기에 기업 확장은 쉽지 않으니 업계에 작은 업체들만 불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질 높은 일자리가 필요한 인천지역 산업계에 영세 사업장이 확대되고 있다.

경기 회복의 불씨는 좀처럼 목격되지 않고 있고, 영세 사업장들은 싸늘하게 식은 지역 산업계 맨 밑에서 허덕이고 있다. 산업계에서 99%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지역 고용 창출에 제 몫을 하는데, 영세 기업이 계속 힘들기만 하면 안 된다는 말이 나온다.


1~9명 근로자를 둔 인천 제조업체는 2013년 기준 1만7685곳이다. 인천지역 전체 제조업체 중 89.2%에 육박하는 숫자다. 2009년에는 1만5289곳으로 4년 전과 비교해 15.6%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제조업체가 13.1%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1~9명 제조업체가 2%p 정도 더 증가했다. 특히 1~4명 근로자가 있는 사업체 수는 이 기간 동안 1만898곳에서 1만2821곳으로 17.6% 늘어 종사자 규모별로 볼 때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불황형 영세 사업장 증가는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한다. 제품이나 기술 경쟁력을 지닌 이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벌어진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기준 인천에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인 벤처기업은 1336곳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일자리 문제에서 가장 시급한 일은 지역 중소기업의 이미지를 탈바꿈 시키는 것"이라며 "근로자 임금 상승이나 복지 등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는 영세 사업장이 늘면 지역 생산성 하락은 물론 젊은 인재 구하기 힘든 업계 상황은 개선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불황의 그늘 밑에 허덕이는 영세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지방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시장 원리에 맞다며 영세 기업들이 도태되는 것을 내버려 둘 게 아니라, 각종 지원책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며 "자금 부족으로 설비 투자나 기술 개발이 힘든 기업에 관련 자금을 지원하고, 대기업에 비해 복지 시설이 열악한 업계를 위해 공동 육아 시설 등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