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일 인천기후·환경네트워크 사무국장
온 세상이 봄을 만끽하고 있다. 문 밖만 나서면 울긋불긋 만개한 꽃을 만날 수 있다. 꿈쩍도 않던 나무들 가지 끝에서는 연초록의 새잎이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있다. 곧 무성한 녹색의 옷으로 갈아입을 것이다. 도시는 자연 그대로 '그린(녹색)'인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꽃과 꽃 사이를 분주히 날아다녀야 할 벌과 나비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해양학자 레이첼 카슨이 말한 '침묵의 봄 (Silent Spring)'을 보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눈으로 겉만 보는 것과 속까지 세밀하게 살펴 알게 되는 것의 차이도 가슴 아프다.

어쨌거나 최근 인천시가 녹색기후기금(GCF)의 유치를 기화로 도시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 국제적 위상과 역할을 제고하겠다며 '글로벌 녹색수도 마스터플랜'이란 것을 만들어 냈다. 이를 요약하면 '인천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녹색수도로서의 품격을 갖추도록 적절한 비전을 설정하고 그를 뒷받침하기 위해 2035년까지 중장기적 전략과 저탄소·친환경도시 및 국제기구도시 구현을 위한 정책적 구상'인 셈이다. 향후 갯벌국립(시립)공원을 지정한다거나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 대기오염 및 유해환경관리로부터 재해예방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도시계획 수립, S자 중심 녹지축과 주변 생태환경의 연계 강화, 인천시-인천소재 공기업의 녹색환경 개선협의체 구성을 통한 파트너쉽 구축과 상생협력, 상징적인 녹색건축물 건설 등도 고려하고 있다.

그리하여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인천이 쾌적하고 건강한 청정환경, 시민햇빛발전과 해양에너지 활용 확대, 녹색앵커시설의 사회적 책임 수행 등을 통해 녹색기후경제를 선도할 시민행복도시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번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내기 위해 연구자는 국제 경쟁력과 녹색도시부문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는 도시들과 인천시의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비교분석을 거쳤다고 한다. 인천시 내부는 이번 용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인천시의 확고한 정책의지를 밝히고 구체적인 향후 추진계획을 내놓는다는 의미가 크다고 자평했다.

도시의 면모가 바뀌려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동시에 토론과 공감의 과정을 거쳐 구성원 간 합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통상 무엇에 대한 계획과 정책에 그래야만 힘이 실리고 현실화 가능성이 커진다. 그리고 세세한 전략과 계획에 덧붙여 추진력을 높일 인적·물적 자원이 제때 조달되어야 한다. 그 모든 것을 뭉뚱그려 '확고한 의지'라고 말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녹색수도 마스터플랜이 인천시장을 중심으로 행정영역의 '구상'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멋진 구호, 잘 짜인 구상은 시작에 불과할 뿐 그 끝이 어떠하리라고 아무것도 담보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처한 인천의 현실이 그러한 허탈하기 짝이 없는 결과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마치 눈에 비치기에 화려한 꽃은 있지만 벌과 나비가 없음으로 해서 지속가능한 미래 역시 없듯.
지역의 환경단체 관계자는 "국제적 협약서에 서명한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국토교통부 인천시가 람사르습지를 파괴하는 도로계획을 추진 중이라니 세계적인 망신거리"라고 한탄했다. 송도갯벌습지보호지역을 가로질러 계획 중인 고속도로를 두고 하는 말이다. 환경단체들은 이 도로계획이 국내법(습지보전법)과 국제협약(람사르협약)을 무력화시키는 건설계획임으로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09년 12월 인천시는 개발을 위해 매립하고 남은 갯벌 일부를 송도갯벌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였고 2014년 7월 람사르협약에 등록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이러한 처사를 두고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 파트너십(EAAFP)' 밀링턴 사무국장도 국제도시로 발돋움하려는 인천시가 신중하게 판단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인천은 국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당한 편이다. 발전소, 항만, 공항, 산업단지 등이 산재한 까닭이다. 환경파괴와 오염요인이 도처에 널려 있다. 시민 1인당 녹지면적도 강화·옹진을 제외하면 낮은 수준이다. 미세먼지 농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수도권쓰레기매립지 문제는 복합적인 최대 환경현안이다. 녹색수도로 가기에는 치워야 할 걸림돌이 허다하다. 더구나 '글로벌'이 따라 붙는다면 더욱 높은 수준의 완성도가 필요하다. 확고한 의지가 필요한 이유다.

어찌 되어갈지 지켜볼 일이지만 작금의 실상과 녹색수도 마스터플랜 사이의 간극은 인천에 산다는 사실에 고단함을 더한다. 글로벌 녹색수도로 가려는 인천을 위해 속살을 내보였던 선진도시들은 태생부터 '선진'은 아니었으리라. 소수의 위정자들 중심으로 만들어낸 작품도 아니었을 터. 인천시 고위공직자나 정치인들이 틈만 나면 읊조리던 "인천이 글로벌 녹색수도로의 도약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체질개선을 이루도록 인천시민들이 적극 협조해 달라"던 당부가 틀려서가 아니고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인천시민의 힘을 얻어, 인천시민과 함께, 인천시민을 위해 거시적 정책이 수립, 추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