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홍 인천대교수
화사한 꽃들이 만개하고 산천이 초록으로 물들어 가는 봄이다. 오면 가고 땅과 하늘이 서로 소통하는 것이 세월이고 자연의 섭리이다. 하지만 그 자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인간세상은 아직도 그 이치와 섭리를 거스르며 불통과 단절로 뒤덮인 동토의 땅이다.

정치권은 해묵은 종북몰이와 패권주의에 몰두하며 민생은 뒷전이다. 말로만 한 가족을 외치는 노사 간의 치열한 대립에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증가하는 비정규직으로 노동자도 양극화 되고 있다. 청량산 둘레길에서 효도라디오를 크게 튼 어르신과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며 걷는 젊은이는 서로에게 고개를 내저으며 세대 간의 골은 점점 깊어만 간다.

다음주면 1주년이 되는 세월호 참사는 1년이 다되도록 진상규명은 고사하고 정치적 공방을 넘어 희생자와 유가족을 조롱하는 패륜적 행위조차 방관되고 있다. 급기야는 난데없는 보상금 문제로 유가족들의 가슴에 다시 한 번 대못을 박고 있다. 유래가 없는 꽃봉오리들의 억울한 죽음에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참사의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하는, 아니 안하는 정부와 국가가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올해 2월의 청년실업률이 11.1%로 IMF 사태이후 최고치를 기록하였다고 한다. 전체 실업률(4.6%)의 두 배가 넘는다고 한다. 대통령은 지난 3월 청와대에서 열린 '제7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청년 일자리를 국내에서만 해결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한계가 있다"고 밝히며 "적극적으로 노력해서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보라. 다 어디 갔냐고, 다 중동 갔다고…"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자신의 해외순방을 설명하면서 "중동에 엄청난 기회가 있다. 하늘의 계시다. 이 땅에 젊은이들이 텅텅 비도록 내보내야 한다"고 했다. 박정희 정권에서의 파독광부와 간호사의 데자뷰(기시감)이 떠오른 것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예전 조폭영화의 대사를 패러디한 네티즌들의 "니나 가라 중동!"이라는 반응을 마냥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아무것도 믿지 않으려 한다. 누구와도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지 않으려 한다. 함께 라는 단어는 잊어버린 채 그냥 스스로의 능력을 기르고 스펙을 쌓아 험난한 세상에서 혼자 살아남아, 조금 더 부를 누리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 후속세대들에게 물려주는 부끄러운 가르침이다.
인간과 동물이 다른 점은 교육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법과 지혜를 배운다는 것이다.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교육과정, 사회성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지 못하는 교육과정은 서로를 밟고 올라서는 싸움을 가르치는 동물세계와 다를 바 없다.
교육은 역사와 세대 간에 삶의 지혜를 전달하는 함께 사는 터전이 되어야 한다. 도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도립의료원을 수익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일방적으로 폐쇄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이번에는 도의회와 합작으로 아이들의 밥그릇을 빼앗으면서 "학교는 밥 먹으러 오는 곳이 아니라 공부하러 오는 곳이다"라고 했단다.
맞는 말이다. 학교는 공부하러 오는 곳이다. 그런데 무엇을 배우러 오는 곳인가? 편식하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밥 잘 먹는 것, 즉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공부다.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했다. 도지사는 국민의 세금으로 한 시간도 안 되는 서울-부산 노선도 비즈니스 석을 타야 되며, 지방정부의 서울출장소 예산중에 국회 관계자와 언론사 기자들의 식대 예산이 수억원을 책정하는 것이 제대로 된 정책인지 짚어 보아야 한다. 무상얘기만 나오면 무상배급과 같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낡아빠진 종복몰이의 헌 칼을 휘두른다. 국회와 지방의회에서 출석도 않고, 입법 활동도 하지 않으며 받아가는 세비가 바로 무상세비다. 당장 세비를 중단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이다.

4대강 사업 예산이면 10년간 무상급식하고도 남고, 퍼주기 자원외교와 방산비리, 재벌 부자감세 안했으면, 의료복지, 등록금 반값을 하고도 남을 예산이다. 주변 측근 또는 이해관계자와 비싼 밥만 먹으니 함께 사는 지혜를 배우지 못한 것 같다. 정치권의 높은 양반들과 홍지사는 구내식당 또는 시내의 맛난 백반 집에서 서민들과 함께 밥 먹으며 밥상머리 교육 제대로 받으시길 권한다.

정치는 정치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민이 투표로 대의민주주의 제도에서 위임한 정치행위이며, 행정적 집행을 위해 위임한 권력이다. 그 정치가 잘못된 것에는 국민의 책임이 가장 크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단합된 힘"이라고 했던 전임 대통령의 말이 되새겨지는 요즘이다. 침몰한 세월호는 대한민국이다. 하루빨리 불통과 단절의 차가운 바다 속에 침몰한 대한민국호를 인양하고 불통과 단절이 아닌 소통하며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