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석 국회의원(인천 남동 을)
필자는 지난 2013년 봄, 세계 책의 수도라는 행사 유치를 인천시가 추진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당시 시 정부가 정책적으로 '책 읽는 도시 인천'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고 이를 위해 '책의 수도'선정이 필요하다는 설득에 지체 없이 국회 차원에서 지원하기로 약속을 했다. 결국 문화체육관광부 등 중앙정부 부처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인천, 문화부, 국회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유네스코는 인천을 2015년 세계 책의 수도로 선정하였다. 선정 이후 행사의 원활한 준비를 위해 기재부 등 재정당국을 설득해 2014년도 정부지원 예산 9억원을 국회 예결위원으로서 반영한 바 있다. 유네스코는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4월 23일)을 제정하여 독서출판의 진흥을 장려하고 책을 통해 산업적, 정책적 측면 등 다양한 면모를 이끌어 내고자 매년 세계 책의 수도를 지정하고 있다.

2001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시작된 '세계 책의 수도'는 인천에서 15회를 맞는다. 아시아에서는 3번째 열리는 것이며 국내에서는 처음 열리는 행사이다. 그렇기에 개최를 한 달여 앞둔 지금까지도 시민들에게는 생소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시민들께서는 이 점만 기억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역대 책의 수도였던 마드리드, 튜린, 보고타, 암스테르담 등 행사 이후 대부분 문화도시, 책의 도시로 거듭났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리고 현 정부가 문화융성을 국정기조로 내세우며 창조경제를 통한 경제발전을 내세우고 있는데 모든 창조경제의 시작은 바로 책과 도서관이다. 책의 수도라는 행사를 통해 독서, 인문학 인프라가 제대로 확충된다면 인천을 인문학과 창조경제의 중심으로 키우는 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선정 당시 인천시는 여러 기대효과를 발표한 바 있다. 국제출판협회 등 국제기구와의 프로모션 연계를 통해 세계 문화의 도시로서 경쟁력의 향상, 국내외 도서관련 컨퍼런스, 전시회 등 개최에 따른 방문객 증가로 지역사회의 경제적 생산유발 효과 증대, 시민들의 독서 장려 효과 거양, 책과 관련된 국제기구 및 기업유치에 활력을 불어 넣어 국제도시로 위상을 강화, 궁극적으로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며 적극적인 준비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행사를 한 달여 앞둔 지금까지도 시민들에게 세계 책의 수도 인천이라는 행사는 생소하기만 한 거 같다.

모두를 위한 책(Book's For All)이라는 주제 아래 제시되었던 여러 프로그램들은 축소되거나 바뀌었고 이러다가 인천이 도약할 기회를 일회성 이벤트로 소진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12년 녹색기후기금의 유치, 2014년 아시안게임 개최, 2015년 책의수도까지 굴뚝산업의 도시, 수도권의 변방 인천에서 21세기 녹색경제의 중심도시, 평화경제의 도시, 인문학이 살아 숨 쉬는 창조경제의 도시로 발전할 계기는 충분히 마련되었다. 문제는 이 계기를 활용해 시민들에게 더 나은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이끌어가는 책임자의 자세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모든 지식의 근본이 되는 책을 가까이 하지 않고 짧은 글, 자극적인 이미지만 소비하는 문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앞으로 또 다시 개최하기 어려운 중요한 행사가 '세계 책의 수도'다. 장서량, 서점, 도서관 등 인천의 독서 환경이 다른 지역들보다 열악하다는 사실도 이번 기회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한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인천시가 각고의 노력으로 성공적으로 행사를 개최해 모범적인 독서진흥 사례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