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수필가
우리 사회가 기가 빠지고, 활력을 잃어가는 분위기다. 국민이 꿈과 희망을 갖고 신명나게 일하는 삶보다는, 우울하고 절망해 가는 현실이다. 이처럼 차츰차츰 건강성을 잃어가고, 또 정치에 대해 불신과 무관심을 낳고 있다. 세간에는 '사자방'으로 인한 국부유출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여론이 높다. 따라서 과거정권 비리부패의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져간다. 게다가 정부에선 텅 빈 나라곳간을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연말정산 때 공직자의 유리지갑을 털어내어 그 일부를 충당하려 했지만,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한 발짝 물러섰다.

향후 증세문제로 여야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되지만, 끝내 서민들 허리만 휘어질 것이다. 뭐 한 가지 똑 부러지게 해결되지 않고, 난맥상만 한층 더 꼬여간다. 특히 과거정권이 '사자방' 사업으로 100조원의 국부손실로 인해 국민 대다수가 좌절과 상실감을 느낀단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혈세낭비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만일 수사 당국이 깃털만 뽑아내고 몸통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국민들은 크게 화를 낼 것이다. 아울러 정부의 신뢰와 인기가 급격히 곤두박질칠 것이다. 오직 만회하는 길은 핵심 책임자에 대한 구속수사다.

하지만 뼈를 깎는 아픔 없이는 도로 아미타불이다. 지금껏 정부 당국은 이런저런 처방을 해봐도 경기회복 낌새를 못 느끼자 최후 수단으로 부패척결의 도깨비 방망이를 꺼내 들었다. 이완구 총리께서는 취임 일성으로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사회 곳곳에 뿌리박고 있는 고질적인 적폐와 비리를 낱낱이 조사하고, 그 모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엄벌할 것"이라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약속했다. 이런 조처에 온 국민이 기대감을 갖고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여당 某의원은 바로 기자들과 만나, 이완구 국무총리가 자원외교를 수사 대상으로 지목한 데 대해 강력히 반발하면서 비판했다. 한마디로 찬물을 끼얹는 돌출행동을 하고 나선 것이다. 이처럼 앞뒤가 안 맞는 황당한 주장에 국민들 가슴은 철렁 내려않는다.
최근 검찰 수사에 의해 '사자방'관련 부패의 속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해군 장성 6명 등 줄줄이 구속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왜 그자만이 혼자 눈감고, 귀 막고 있는 걸까. 그렇지 않으면 자신도 구린 게 있어서 일까. 사실상 부패척결은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켜 선진국으로 가는 최선의 길이다. 그런데 이 총리의 애국적 결단에 초를 치는 행위가 볼썽사납다고 지적한다. 과거정권의 '사자방' 비리를 그냥 덮어두고 가자는 일부 정치세력들을 똑똑해진 국민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또한 현 정권이 속 시원한 수사결과 없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어물쩍 지나간다면 두고두고 비난받을 것이며,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길 것이다. 실제로 국익에 도움 되고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면, 정부 여야가 힘을 합쳐 반드시 털고 가야한다. 따라서 여기에 연루된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한다는 게 '국민생각'이다. 또 한편으로 오랫동안 공직사회가 사정의 무풍화로 부패구조를 심화시켰다. 공무원이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치부하거나 개인적인 일탈행위도 엄벌해야한다. 공직자는 단지 명예로 만족하고, 친절한 봉사정신으로 국민에 대한 섬김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어느 시대나 권력층 사회지도층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국가 발전에 장애가 되고, 국민들의 냉소와 반감이 유발하여, 사회기강마저 해이된다. 한편으로 만시지탄감은 있지만, 박근혜 정부 3년차에 부패척결 선언이 사회적인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고 있어, 그 귀추를 주목된다. 이른바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지금이 절호의 찬스다. 우리 속담에도 윗물이 맑아야 아래 물이 맑다고 했지 않는가. 공직사회가 투명해야 공무원이 존경받고 국가 권위가 확립된다. 중국 왕량은 "그 임금을 알고자 하면 먼저 그 신하를 보고, 그 사람을 알고자 하면 그 벗을 보고, 그 아버지를 알고자 하면 먼저 그 자식을 보라. 임금이 거룩하면 그 신하가 충성스럽고, 아버지가 인자하면 그 자식이 효성스럽다."는 명언은 시공을 뛰어넘어 우리 공직자들이 가슴에 묻어두고 그 뜻을 자주 되새겨 봄직하다.
며칠 전 박대통령께서는 이 총리에게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말고 부패척결을 반드시 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이번에야말로 비리의 뿌리를 찾아내서 그 뿌리가 움켜쥐고 있는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바라건대 부정부패 척결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서는 아니 된다. 이제 원칙과 상식이 통하고, 특권과 반칙이 없는 투명한 신뢰사회가 열리게 되면, 우리 국민도 수준 높은 문화의 향기와 여유가 묻어나는 풍요로운 삶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