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흥 전 인천시정무부시장
유정복 인천시장의 제안으로 환경부와 서울시·인천시·경기도 등 4자협의체가 지난 1월 9일 수도권쓰레기매립지의 소유권·면허권, 매립지관리공사의 인천시 이양에 합의한 이후 매립지 문제가 인천시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23년간 인천시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수도권매립지를 또다시 연장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매립지 소유권과 공사의 인천시 이관을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시는 20명 남짓한 정치인과 시민단체, 언론기관 중심으로 시민회의를 구성한 뒤 매립지 문제를 논의토록 해 연장 책임을 이 기구에 전가시키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마치 시민기구를 내세워 매립지 소유권과 공사 이관을 압박하고 흥정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부담을 느낀 시민단체들이 줄줄이 탈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매립지를 30년 더 연장해야 한다는 둥, 공사를 지자체로 돌려줘야 한다는 둥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니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부 장관과 인천시장이 쓰레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 찾기는 제껴 둔 채 매립지 연장을 놓고 흥정을 벌이는 모습을 보노라면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매립 연장을 조건으로 매립 부지 소유권과 관리공사 이관을 놓고 밀고 당기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 나라의 쓰레기 정책을 관장하는 주무장관, 매립지가 소재한 지자체의 시장이라면 매립지를 놓고 흥정을 벌일 것이 아니라 응당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지자체별 대체 매립지나 소각장 등 쓰레기 처리시설을 구축하도록 유도하고 쓰레기 제로화 정책을 펴나가는 것이 올바른 정책 방향일 것이다. 필자는 인천시 정무부시장 시절 특정 지역에 대규모 매립지를 조성해 수십년간 지속적으로 쓰레기를 묻는 것은 잘못된 환경정책이라는 소신 때문에 서울시의 매립 연장을 전제로 한 소유권 이관 제안을 거부한 바 있다.

사실 수도권매립지는 지난 1992년 조성 당시부터 2016년 사용 종료가 행정적으로 결정돼 있었다. 정부가 이미 행정적으로 결정해 놓은 사안을 마치 지역 님비 현상이나 주민들의 억지 주장으로 몰아가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다. 매립지의 여유 공간이 남았다고 해서 무조건 연장론을 주장하거나 종료 이후 대체 매립지 확보가 어렵다고 해서 새로운 매립지 찾기 등 대책 마련을 포기하는 것은 쓰레기 정책을 관장하는 환경부나 행정기관으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이미 23년간 쓰레기로 갖은 고통과 재산상 피해까지 입은 매립지 주변 주민들에게 또다시 피해를 연장하자고 한다면 누가 동의하겠는가? 인천시가 새로운 매립지 확보에 우선점을 두는 것은 순리적으로 당연한 행정 절차다. 이런 절차를 무시한 채 매립지 주변 개발이란 당근책으로 다른 대안 없이 매립 연장만 시도하는 것은 너무나도 안이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쓰레기 정책에 대해 근본적으로 짚어봐야 한다. 처리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유로 대규모 매립지를 만들어 매립을 지속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쓰레기 처리 정책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은 매립방법을 고수하는 것은 후진적인 환경정책이다. 재활용, 재사용을 극대화하고, 직매립을 피하고, 어쩔 수 없는 쓰레기만 소각처리하게 되면 쓰레기매립 제로화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러한 쓰레기매립 제로화 정책은 제껴둔 채 대규모 매립지가 있으니까 더 연장해 쓰자는 것이야 말로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한 편의주의 정책이다.

환경부나 지자체는 수거단계에서부터 쓰레기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매립을 막기 위한 대책과 노력을 우선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쓰레기 처리 정책에 대한 획기적인 변화 없이 매립정책만을 고수할 경우 좁은 국토면적에다 주민 반발로 새로운 매립지를 건설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때마다 쓰레기 대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