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 취업난 청년층 외부 유출 … 생계책임 장년층은 일손 못 놔
50대 이상 근로자·대표 과반수 넘어
젊은 일꾼 소멸·지역경제 붕괴 우려
"미래·기성세대 아우르는 정책 시급"
인천지역 사장님이나 근로자 할 것 없이 모두 늙어가고 있다.

장수 기업과 장기 근속 근로자 증가로 생긴 현상이 아니라 곧 있으면 노후를 맞이해야 하는 40대, 50대 이상 이들이 생계가 급해 생산활동에 뛰어들면서 생겨난 일이라는 말이 나온다.

특히 국내 산업 태동기 때 주축이었던 지역 산업단지의 입주기업들은 세대교체를 준비할 시기에 생존에 치어 시장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고 있다.

앞으로 정년 60세 법 등이 시행되면, 이런 상황은 고착화 될 것이고, 젊은 인재들은 지역에 발을 디딜 틈이 더욱 작아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인천지역 전체 사업체 17만7198곳(2014년 기준) 가운데 대표자가 50세 이상인 업체는 52.3%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강화군과 옹진군을 제외한 8개 구를 살펴보면 동구는 전체 7802개 사업체 중 4574곳이 50세 이상 업체다. 50세 이상 기업 비중이 58.6%에 달한다. 이어 중구 57.8%, 남구 57.3%가 뒤를 이었다.

젊은 층에 비해 비교적 자금이나 업종에 대한 지식, 연륜 등이 높은 50대 이상 인구가 업체 대표로 많은 게 어찌보면 당연할 수 있지만, 인천지역 산업계는 긍정적인 모습은 아니라는 말이 따른다.

우선 50세 이상 인구가 대표로 있는 업체가 많은 것과 동시에 같은 연령대의 종사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게 기형적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인천지역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인구는 87만2050명인데, 50대 이상에서 61.9%(54만235명)의 인력을 담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천에 양질의 일자리가 적다보니 지역 젊은 인력들을 외부로 유출시키고, 그 빈자리를 당장 생활자금이 시급한 50대 이상의 인력으로 채우고 있다고 설명한다.

구직난에 허덕이는 젊은 취업 준비생들이 생산활동을 하지 못해 생긴 공백을 50세 이상 부모들이 대신 채워야 하는 탓도 있다. 자녀들이 취직 문턱에도 못 가고 있으니 부모 세대 또한 쉬지 못하는 것이다.

인천지역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장기 불황이 지난 몇 년 동안 계속되며 50대 이상 사업자나 그 나이 또래 근로자들 모두 생계가 시급한 처지는 마찬가지"라며 "경기 침체로 당장의 수익 창출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에서 업종 고도화나 투자 확충 등이 이뤄지지 않아 지역 인재들을 외부로 뺏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 산업계에서 수출이나 내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제조업계는 기업이나 근로자 노후 문제를 가장 확실히 확인할 수 있는 예로 지목된다.

인천지역 2만2183개 제조업체 중 대표 연령이 50세 이상인 업체는 1만2498곳에 이른다. 56.3%에 육박하는 수치다. 제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전부 22만9074명인데, 50대 이상 근로자만 16만74명이다. 반면 20대 근로자는 1018명이다.

생계형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도·소매업이나 숙박 및 음식점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도·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관련한 사업자나 근로자가 가장 많이 분포해 있는 연령대는 50대다.

가장 염려되는 부분은 내수 침체와 수출 경기 악화 등으로 인천지역 기업 생존률이 매년 곤두박질 치면서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폐업 발생 때 회생하기 어려운 50대 이상 인구가 지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에 더해 기업 실적 악화 등을 이유로 지금처럼 '청년' 인적자원을 등한시하면 방치된 이들 세대가 소멸되면서 지역 경제 자체가 무너질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계 중년 인구의 비중 증가로 인한 산업계 질적 하락은 생각보다 풀기 힘든 매듭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기성세대가 주축인 인천 경제계는 세대교체를 모색하지 않으면 당장 미래를 예측 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며 "50세 이상 인구가 생활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고, 청년 층에선 일자리가 필요한 지금 시기에 기성세대와 미래 세대를 아우르는 정책마련이 시급한 때"라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