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연 인천의료원 원장
무상급식 논쟁이 뜨겁다. 당혹스럽게도 2년 전 진주의료원을 강제로 폐쇄시켰던 바로 그 곳에서 시작되어 전국을 달구고 있다. 어린 학생에 제공하는 평등한 먹을거리와 지역주민들에게 착한 진료를 제공하는 공공병원을 폐쇄하는 일이 같은 맥락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시장자본주의 속성상 경제적 불평등은 일정부분 불가피하다 치더라도 생존에 필수적이고 빈곤의 세습을 막는 방안으로서 누구에게나 평등한 교육 기회 제공과 의료혜택은 단순히 학용품을 사주거나 감기약을 주는 정도로 되지는 않는다. 수많은 학교와 병원이 있어도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이 있고 높은 진료비로 인해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가 많다는 점을 고려한 제대로 된 복지정책이 필요할 때다.
우리 인천은 여러 면에서 다른 도시에 비해 무척 특이한 도시이며 보건의료환경 또한 그렇다. 농촌, 어촌, 공단이 뒤섞여있고 국제공항과 항구를 가지고 있다. 인구 구성 또한 조상부터 인천에 자리 잡은 토박이는 10%에 미치지 않고 다양한 지방출신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 남북이 대치하는 긴 해안과 150개에 가까운 수의 섬을 가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타지에 직장을 가지고 거주만 하거나 반대로 인천에 직장을 두고 서울 등 타 지역에 살고 있다.

작년 전국 최초로 시 조례에 의해 설립되었던 인천광역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그간 생산해 낸 연구보고서를 보면 인천은 자살률, 음주율, 흡연율, 비만율 등 건강지표가 큰 도시 중 하위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 가까운 인천환자는 다른 도시에 있는 병원을 찾고 있으며 암, 심혈관 질환 등 중요 질환의 경우 그 비율은 더 높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건강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필수적인 신생아중환자실 확보율 또한 필요량의 64%에 그쳐 전국 대도시 중 꼴찌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인천 내에서도 각 군구별로 지역별 사망률, 유병율 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어 동네에 따른 건강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한다. 건강지표의 격차가 가계의 소득과 경제 수준과 일치한다는 정설에 따르면 지역별 건강수준 차이는 각각 지역경제수준의 차이에서 기인할 것이고 이는 우리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숙제이며 반드시 해소해야 할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중산층이 극빈층으로 떨어지는 원인 중 1/3이 재난적 수준의 의료비지출에 의한 것임이 알려져 있듯이 지역적 건강수준차이를 방치할 경우 더욱 많은 가계가 극빈상태에 처할 우려가 있다.
이를 바로 잡는 것은 정부의 일이다. 인천지역 내 군구지역별 건강불평등 심화와 타 도시로 많은 환자가 유출하는 이유를 필자는 인천의 부족한 공공의료 인프라에 있다고 본다. 인구에 비례하여 인천의 공공병원은 규모와 수에서 너무 적고, 유일한 시립병원인 인천의료원마저 찾아가기 어려운 곳에 위치해 가까운 진료권 내에서도 규모에 비해 충분한 역할을 하기 힘든 실정이다. 인천발전연구원의 2011년 연구보고서에서 인천에는 권역별로 적어도 4개의 공공병원이 새로 설립 운영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고 2013년 인천 10대 아젠다 설정 시 제2시립의료원 설립이 두 번째로 인천시민이 열망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으나 인천시의 어려운 재정형편으로 아직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기존 인천의료원에는 최근 상당한 투자가 이루어져 시설장비를 많이 확충하였고 서해북단 백령도에도 30병상의 새 병원이 들어서긴 하였으나 운영상 상당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제대로 역할을 하기에는 아직 먼 실정이다.

기존 공공병원을 포함한 공공의료기반의 확대강화와 미래의 희망인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평등하고 질 높은 급식을 포함한 공교육 확대는 우리 사회의 경제적 양극화, 세습적 가난의 대물림을 완화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이는 어려운 계층에게 선택적으로 베푸는 정부의 시혜가 아니라 사회 양극화를 막을 지극히 기본적인 정책이며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운영하는 정부의 절대적 의무임을 명심하여야 하겠다. 끼니를 거르며 몸 아픈 형제를 두고 나머지 식구들만 즐겁고 배부르면 그게 무슨 재미가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