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적증가 집착 … 지원책 창업에 쏠려
"공공구매 의무화 준수 등 실질적 도움돼야"
남성에 치중돼 있는 산업계 힘의 균형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여성기업을 위한 지원이 중요한데, 매번 판에 박혀 효율성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지난해부터 공공기관은 여성기업 제품을 어느 수준 이상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데 제대로 지키지 않아 여성기업인들에게 불만을 사고 있다.

반면, 시장원리가 존중돼야 하는 산업계에서 여성기업 우대 정책은 자칫 '역차별'로 여겨질 수 있다는 남성 기업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25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최근 인천지역 여성기업 증가세가 남성기업 증가세를 웃돈다. 대표자가 남성인 기업 수는 2011년 10만7058곳에서 2013년 11만1817곳으로 2년 동안 4.4% 늘었다. 이와 비교해 대표자가 여성인 기업은 같은 기간 6만2363곳에서 6만6173곳으로 6.1% 늘어 남성기업 증가세 보다 2%p 가량 더 높았다.
여성기업이 지역 산업계에서 차지하는 몸집이 점점 불고 있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 중소기업 관련 기관 등에서 여성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덕이다.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의 인천지역 산업계가 갖고 있던 경직성을 해소하고 변화 모색에 더해 저출산과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더딘 경제 성장을 여성기업 증가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여성기업 육성의 명분이다.

이처럼 여성기업 확장세는 정부 등에서 열성적으로 여성 창업을 제도로 지원하면서 가능했다. 문제는 여성기업 수 증가에 집착해 질적 증가는 차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기업을 지원하는 기관 등에서 매년 고민 없이 천편일률적인 지원을 고수하고 있는 게 주된 이유로 꼽힌다.

한 예로 여성기업을 지원하는 대표 기관인 중소기업청은 2015년에도 여성기업을 장애인기업과 묶어 각종 지원책을 내놨다. 올해 새로 생긴 '여성창업경진대회' 항목 정도를 빼면 작년과 다를 게 없는 지원책이다.

중소기업청은 매년 초 지원시책 내용을 담은 책자를 내놓는데, 올해 책자와 지난해 책자를 놓고 보면 여성기업 관련 지원 부문에서 글자 하나 다르지 않고 똑같은 곳이 대부분이다. 여성기업·장애인기업 지원 사례를 소개하는 란에 지난해 내용을 똑같이 베껴다 쓰기도 한다. 지원 사업 연속성을 위해 지원책을 고수한다는 느낌보다는 관련 사항에 관심 자체가 덜한 모양새라는 말이 나온다.

여성기업 지원책 거의가 창업에 쏠린 것도 관련 지원에 한계를 더하는 요인이다. 2015년 중소기업청 지원시책 책자에 담긴 여성기업 지원 항목 10개 중 '창업'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항목이 4개나 된다.

중기청 관계자는 "산업계에 여성이 지닌 유연성과 감성 등을 활용한 업체들이 증가하면 장기적 경기 침체를 해소할 수 있는 활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하지만 산업계에 여성기업 진입장벽이 높아 이를 낮출 수 있는 방법들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여성기업제품 공공구매 의무화 등 여성기업을 위한 제도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점도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공기관의 여성기업 제품 구매를 권고사항에서 의무사항으로 하는 여성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이 2014년 1월1일 개정됐지만, 이를 준수하는 정도가 성에 차지 않다는 게 업계 불만이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인천지회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물품·용역의 경우 구매 총액 5%이상 공사의 경우 구매 총액 3% 이상을 여성기업 제품으로 구매해야 하는데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계 관계자는 "여성기업제품 공공구매 의무화 등은 공공기관의 이해도가 낮아서도 있지만, 이를 '특혜'라며 반발하는 기업인들의 원성 때문도 있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