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분 공급물량 5조원 … 출시 첫 날 문의 북새통
빌라·단독주택 등 장기간 조사 대상 자격요건 제외
고객 "이자 감소차 신청 … 원금상환 부담에 포기"
▲ 24일 중구 KB국민은행 신포점에서 안심전환대출 가입희망자가 상담을 하고 있다. /황기선 기자 juanito@incheonilbo.com
연 2.6%대의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되는 24일. 회사원 김모(36)씨는 안심전환대출 조기 소진을 우려해 이날 반차까지 쓰며 이른 아침부터 은행 지점 앞에 줄을 서는 열성을 보였다.

결국 신청은 보류. 김씨가 담보로 대출받은 주택이 빌라라는 게 이유였다.

김씨는 "2년 전 은행에서 돈을 빌려 매달 은행 이자만 30만원 가까이 내고 있어, 이러다간 평생 원금도 못 갚고 은행 족쇄에 묶여 살 것 같아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기로 결정했다"며 "은행 문 열기 전부터 몇 십분을 기다려 상담을 받았는데, 빌라는 시세 조사가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당장은 갈아탈 수 없다는 얘기를 들으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주택가격 9억원 이하, 대출액 5억원 이하, 기존 대출기간이 1년 이상인 아파트, 빌라, 단독주택 등이 대상이나, 뚜껑을 열어보니 은행 말대로 시세 조사가 오래 걸리는 빌라, 단독주택 등은 당장 대출 신청이 힘든 것이다. 김씨는 "억울해서라도 아파트 사야겠다"는 말을 남기고 회사로 발길을 돌렸다.

이날 오전부터 은행 지점 앞에 장사진을 친 고객을 상대하느라 은행 직원들도 숨 쉴 틈 없는 하루를 보내야 했다.

인천 계양구의 한 은행 지점 직원은 "정부와 금융당국, 또 지점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준비했어야 하는 사안인데도, 급하게 진행된 느낌이 있다"며 "또 이달 공급 1차분 물량은 5조원이라는 단서가 붙어 고객들의 조바심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며칠 동안은 야근은 물론 밤을 새워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된 24일 이를 취급하는 인천지역 16개 시중은행 지점들은 말그대로 북새통을 이뤘다.
금융당국이 안심전환대출 출시 첫날에 고객이 줄 서지 않도록 최대한 지원하라는 지침을 내렸는데도 모양새는 좋지 않았다.

언제 자기 차례 올지 모르는 기다림에 지쳐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부지기수고, 조금 더 빨리 상담 받겠다고 새치기하는 일부 고객 때문에 고성도 오갔다.

인천 중구 한 은행 지점에선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는 고객 불만이 이어지자 한 은행 직원이 "밤을 새서라도 상담하겠다"며 나섰지만, 물량은 정해져 있다는 생각에 고객들은 좀처럼 안심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번 달에 공급하기로 한 물량은 5조원이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300조원, 안심전환대출 대상은 200만명에 달한다.

인천지역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 상담에는 적어도 10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고객 회전이 더디다"며 "전체 직원이 매달리고 있는데도 업무가 줄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안심전환대출은 정부가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위해 20조원을 들여 준비한 신상품이다. 대상은 변동금리, 또는 이자만 내고 있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연 2% 중반대의 저렴한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는 얘기가 돌며 출시 전부터 특히 서민 사이에서 관심이 높았다. 안심전환대출의 가장 큰 장점은 알려진 대로 싼 금리다.

연 2.6% 수준으로, 현재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보다 1%p 가까이 저렴하다.

2억원을 대출받았다면 1년 이자가 520만원으로 대략 180만원 정도를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일부 고객들은 안심전환대출이 서민을 위한 대출이 아니라는 얘기를 한다.

주부 이현주(43)씨는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려는 사람들 대개는 매달 이자 부담으로 시달리는 생활고를 줄이기 위해서인데, 상담 받아보니 이자는 내려도 원금을 같이 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오히려 당장 지출이 늘더라"며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탄 뒤 원리금 상환 부담을 못 이겨 다시 기존 대출로 돌아가게되면 최대 1.2%의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페널티가 있다는 소리에 마음을 접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2%대 금리만 보고 상담하러 왔다가 기존 대출이 고정금리라는 이유 등으로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얘기를 듣고 아쉬워하면서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다"며 "금융위원회가 4월치로 놔뒀던 5조원을 추가로 시장에 푼다는 얘기도 있어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