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동구를 문화관광도시로 재창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부산 감천마을을 다녀오고부터이다. 감천마을은 낙후되고 소외된 언덕배기 달동네를 공공 디자인과 문화적 아이템을 도입해 관광지로 변모시킨 사례다. 지난해 9월 초 구의원, 공무원들과 현지 답사를 했다. 미로 같은 골목길과 파란색 지붕으로 이어진 올막졸막한 집들 사이사이에 공폐가를 활용해 미술작품을 설치하고, 공방·박물관·포토존·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마을지도를 들고 오르락내리락하며 기웃거리는 재미가 솔솔했다. 꼭대기에 다다르니 부산 바다가 보였다.

대도시 원도심, 저층주거지역은 어딜 가나 재개발 사업지구로 예정돼 있다. 감천마을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재개발이 여의치 않자 도시재생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주민 스스로 주택을 개량하고 구청은 기반시설을 지원하고 문화예술인들은 재능 봉사로 참여했다고 한다. 독특한 풍광이 있었다. 관광객이 지난해 상반기에만 50만명이나 다녀갔다고 들었다. 여기에서 얻은 교훈은, 오래되고 보잘것없는 마을도 머리를 잘 쓰면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공무원의 전향적 마인드이다. 일단 재개발 사업지구로 묶이면 법규에 매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도시를 살리려는 대의로 법규 적용을 좀 더 유연하게 적용해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동구로 눈을 돌려보자. 올 한 해 최우선 구정 목표로 삼은 것은 공폐가 정비와 문화관광벨트 조성이다. 지금의 사회·경제적 상황에서 재개발 사업 진척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출구전략에 관한 말들이 무성하다.

그런데 문제는, 과거 부동산 경기가 한창 좋을 때 투기세력들이 사놓고 방치하는 공폐가들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공폐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썩어가고 문드러져서 주거환경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그대로 놔두고는 다른 무엇을 한들 헛일이다. 이번에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공페가 지도를 만들었다. 건실한 것은 리모델링해 공방·창작공간·갤러리·게스트하우스·임대주택으로 내놓을 것이다. 부실하고 위험한 건물로 분류되는 것은 철거해 작은 녹지를 만들거나 체육시설·주차장을 설치하면 될 것이다. 특히 송림6동 활터고개와 같은 마을은 공공 디자인의 차원에서 접근할 계획이다.
문화관광벨트를 조성하는 사업은 감천마을의 사례에서 강한 인상을 받아 구상했다. 동구는 지역적 여건이 감천마을보다 훨씬 좋다고 판단한다. 감천마을에는 없는 것이 있는데, 다름 아닌 풍부한 역사문화 자원이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지 않던가. 이 사업의 개념은, 동구만의 역사문화 자원에 인위적 문화 아이템을 추가하고 거점과 거점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것이다. 어딜 가나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만날 것이다. 그러면 동구에도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지역상권을 부추기며, 정주환경 역시 점차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휴건물을 활용해 성냥나라박물관, 괭이부리문화관, 동화나라박물관, 도시재생홍보관, 솔마루도예공방, 류현진기념관, 화수국악원, 훈장박물관 등과 청소년수련관 내 키즈카페를 설치할 계획이다.
배다리역사문화관의 건립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동구향토사의 정리·보존·전시를 위한 매우 중요한 거점이다. 오랫동안 지역사회와 문화계, 공직 내부에서 그 필요성이 논의되고 준비해왔다. 달동네박물관을 성공적으로 개관한 경험 자산도 있었다. 어느 한 사람의 주장으로 갑자기 건립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폭넓은 의견 수렴을 위해 주민·전문가·공무원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었다. 동인천 북광장에도 관광 매력 창조를 위한 미디어파사드 같은 야간경관시설을 도입하려고 한다. 실무자가 올린 계획서를 보니 '동구를 팔아묵자'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었다. 의욕이 읽혔다. 아무튼 동구가 발전할 길을 찾아야 하고 지역의 가치를 높이고 주민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