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 존슨과 연장전 끝 노던트러스트 오픈 정상
메이저 마스터스 토너먼트·16 - 17시즌 출전권 확보
대학 졸업 후 생활고 비애·광고회사 근무 일화도
▲ 23일(현지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노던트러스트 오픈에서 우승한 제임스 한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노던트러스트 오픈 우승을 차지한 제임스 한(34)은 한국에서 태어나 두 살 때 미국에 이민 간 재미동포다.

한국명은 한재웅.

제임스 한은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 컨트리클럽(파71·7349야드)에서 열린 노던트러스트 오픈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더스틴 존슨(미국)과의 연장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2003년 프로에 발을 디딘 이후 처음으로 거머쥐는 우승컵이다.

이전까지 PGA 투어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2013년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 대회에서 공동 3위에 오른 것이다.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에서는 2012년 렉스 호스피털 오픈에서 1위를 했고, 캐나다 PGA 투어에서는 2009년 두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에서 미국학과 광고학을 공부했다.

2003년 대학 졸업 후 약 3개월간 짧은 프로 골퍼 생활을 했다.

그러나 통장 잔고를 다 써 버리는 바람에 프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이후 그는 3년간 극히 소수의 프로 대회에 참가했다. 그럼에도 계속 프로 골퍼의 길을 걷겠다는 결심은 꺾이지 않았다.

제임스 한은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신발가게에서 신발 판매·유통·고객 응대 업무를 하며 돈을 모았다.

캘리포니아 리치먼드 골프장에 있는 골프용품 매장에서도 일했다.

그는 2007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활동하다가 2008∼2009년 캐나다 투어로 무대를 옮겼다.

캐나다투어 당시 제임스 한은 골프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묵던 호텔 방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켜고 일자리를 구했다는 일화도 남겼다.

2009년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해 미국 PGA 2부 투어인 내셔널와이드 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이런 상황에서도 2010년에는 오클랜드 어린이 병원 로고를 달고 활동하며 버디를 잡을 때마다 기부금을 적립하는 선행도 펼쳤다.

그리고 이날 65번째로 참가한 PGA 투어 무대에서 첫 승리를 거둔 제임스 한은 우승 상금 120만 6000달러(약 13억4000만원)를 받았다.

또 오는 4월 개막하는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와 2016-2017시즌까지 출전권까지 확보했다.

특히 딸 출산예정일을 3주 앞둔 '예비 아빠'로서 더욱 뜻깊은 첫 승을 올렸다.

제임스 한은 경기 후 CBS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놀랍다"며 "이렇게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감격에 벅차했다.

그는 "대회 우승보다 아버지가 된다는 점에서 더욱 흥분된다"며 "오늘 이후 집으로 달려가 아내와 시간을 보낼 것"이라며 따뜻한 가장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임스 한은 "돈을 버는 것은 언제나 좋다"며 "이번 대회에서 받은 상금으로 앞으로 몇 주일간 기저귀를 많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뻐했다.

PGA 투어 공식 프로필에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 밝힌 그는 2013년 피닉스 오픈 마지막 라운드 16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싸이의 '강남 스타일' 말춤을 추면서 화제가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