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수필가
가끔 결혼주례를 서달라는 지인의 부탁을 받고서, 필자는 꽤나 주례를 서준 경험이 있다. 그때마다 보고 느낀 일이지만, 결혼식장에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 친척등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시끌벅적해진다. 그런 가운데 사회자가 결혼식을 시작을 하겠다고 하객한테 "식장 안으로 들어와 주십시오"라는 멘트를 두세 번 한다. 하지만 하객 중 일부는 축의금만 내고 바로 피로연장으로 가서 식사를 하고, 또 다른 일부는 빈 의자가 있는데도 들어가서 앉지도 않고, 입구에서 끝날 때까지 서서 청승맞게 이야기꽃을 피운다. 예식장 안에는 가까운 친인척, 신부신랑의 절친한 친구들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준다.

실제로 결혼식은 시간상으로 30분 전후 마치는 게 적절하다. 특히 주례선생 앞에서 신랑신부는 설레고 경건한 마음으로 긴장된 상태다. 따라서 주례사가 길어지면 땀을 흘리면서 힘들어 한다. 필자 경험칙에 의하면 주례사는 5분 정도하면 하객들께서 좋아한다. 어떤 주례자는 미주알고주알 죄다 해주고 싶어서, 10분 이상을 넘게 되면 예식장 입구에 선 하객들의 사담소리가 높아져 어수선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사실상 주례사를 작성할 때는 어떤 부모 밑에서 자랐고, 어느 학교를 나왔고, 무슨 직업을 갖고 있는지를 장황하게 나열한 것보다는 두 사람에게 현실적으로 가슴에 와 닿는 "효도와 부부사랑"에 대한 덕담을 해주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 분량은 A포 용지 2장으로 하되 말의 속도를 약간 빠르게 진행시키면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하객들은 주례사를 경청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껏 주례사를 가장 짧게 하신 분은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을 하신 김구선생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독립운동을 같이 했던 동지의 아들, 주례를 부탁받고 결혼식장에서 "너를 보니 네 아비 생각이 난다, 부디 잘 살아라"라고 했다고 한다. 이처럼 짧은 주례사를 듣고, 하객 중 한 사람이 시계를 보니 5초가 걸렸다는 일화가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었다. 그 내용이 짧지만 의미가 함축적이고 긴 여운을 남기고 있어 심금을 울리게 한다. 한편으로 누구든지 결혼초청장을 받으면 잠시 고민을 한다. 그것은 축하하는 뜻으로 내는 돈 즉 축의금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장부책을 뒤져본 뒤 거기에 적힌 금액대로 해주는 게 통례적이지만, 처음 하게 된 경우, 상대의 사회적 입장을 고려하여 축의금의 액수를 결정하게 된다. 혹자는 10년 전 3만원을 했으면 그대로 3만원을 해주는 게 된다. 하지만 물가인상을 고려해 좀 더 보태서 5만원 정도가 적당한 금액이 아닐까한다.
하지만 축의금을 많이 내면 상호간 우정이 돈독해지는 것 같지만 이 또한 빚이다. 특별한 일부를 제외하고 서민층 자녀들 결혼의 경우, 65%는 5만원, 30%는 10만원 이상, 5%는 3만원 정도이다. 몇 년 전 이웃에서 벌어진 일이다. 결혼 축의금으로 인한 씁쓸한 사연 하나가 떠오른다. A는 죽마고우인 B의 딸 결혼 때 축의금 30만원 보냈다. 5년 뒤 A아들 결혼 때, B는 가정형편이 어려워지고, 또 A의 자식들이 2명이 남아 있어서 나중에 할 생각으로 축의금 10만원을 보냈는데, A는 친구 B의 딱한 전후사정을 이해하지 못한 채, 서운하게 여겼단다. 결국 둘 사이 돈독한 우정이 깨지고 말았다.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사실적으로 축의금은 꼭 갚아야하는 품앗이와 같다. 너무 많이 해도 뒤에 갚아야하기 때문에 부담되고, 너무 적게 해도 마음이 걸린다. 따라서 최근 5만원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10만원이다.

사회통념상 축의금 봉투에 6만원 또는 7만원 넣기는 왠지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그래서 5만원 아니면 10만원 단위로 보내는 게 일반적인 상례다. 특히 화려한 결혼으로 낭비하는 것보다 검소한 결혼으로 아껴서 차라리 신혼살림에 보태 쓰는 게 유익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 뿐만 아니라 결혼문화도 시대흐름 따라 변화하고 있다. 시간대가 주간에서 야간시간을 선택한 경우도 있고, 예식장보다 공원으로 장소를 옮겨 비용도 절감하고 있다, 또 최근에 주례를 세우지 않고 사회자가 진행한다.
이처럼 현대사회는 전통적인 결혼풍습을 깨고, 비용 절감을 위한 간편한 결혼식을 일부에서 시도해보지만,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확산되지 않는 것은, 아직은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한 데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