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현의 사진 시간을 깨우다
23. 동인천 남북을 연결한 최초의 지하도
▲ 1963년 동인천 구(舊)지하도를 지나는 많은 행인들. 볼거리도 많고 비가와도 비한방울 맞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이 길을 택해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만 다닐 수 있고 자전거의 통행은 금지한다는 표지판이 걸려 있다.
1963년 '구 지하상가' 공사 결정 8년만에 완공

철길 사이 중앙시장- 동인천역 우회불편 해소

한때 지역 최고상권 … 1970년 붕괴사고 겪기도



얼마 전 부평지하상가는 미국의 세계기록인증업체부터 '단일면적 세계최다 지하상가 점포'로 인증 받았다. 기네스북 감이 된 부평지하상가는 1978년 준공됐으며 3만1692㎡ 규모에 1408개의 점포가 입주해 있다.

현재 인천지역 내에는 총 15개의 지하도상가가 조성돼 있다. 그 원조는 동인천역(인현동)에서 중앙시장 쪽으로 뚫린 지하도이다.

시공된 지 50년이 넘은 이 지하도는 경인선 철길 밑을 뚫어 만든 일종의 반(半)지하도로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 지하도 건설은 그야말로 당시 40만 인천시민의 '숙망(宿望)'이었다. 1899년 경인선 철도가 놓인 이후 인천 곳곳은 철길로 남북이 갈라졌다. 최고의 번화가였던 동인천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이 지하도가 생기기 전에는 동인천역 광장에서 지척에 있는 중앙시장을 가려면 배다리철교나 화평철교 밑을 통과해 약 1㎞를 돌아가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1963년 2월15일 첫 삽을 떠서 1963년 11월20일 인천에서 최초로 폭 8m, 길이 70m의 지하도가 개통되었다. 건설비 1000만원은 중앙시장 송구지역 1500평을 연고가 있는 상인 400명에게 매각해 재원을 확보했다. 개통 초기에는 골조 천장에 백열등이 달렸고 바닥은 거친 시멘트 길이었다. 처음엔 상가도 들어서지 않아 말 그대로 지하도로였다. 지금은 '동인천 구(舊) 지하상가'로 명명되고 있지만 예전에는 흔히 '굴다리'라고 불렸다.

지하도 필요성에 대한 제기는 그 이전부터 있었다. 인천시에서 발행한 '인천공보' 1955년 8월29일 자를 보면 '인천시의회 내무위원회는 중앙시장에서 동인천역(축현역)을 직접 통할 수 있는 지하도 설치는 대인천시 발전을 위해서 타당한 계획으로서 조속한 시일 내에 지하도를 관통할 수 있게 촉진한다.'라고 결의한다.

그런데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이 결의가 인현동에 거주하는 주민 장인식 씨 외 99명은 동 지하도 설치를 적극 반대하니 선처해 달라는 청원서를 인천시의장에 제출한 것에 대한 의결이라는 점을 밝힌 것이다.

동인천역 남쪽 인현동에 사는 주민들은 왜 이 지하도 설치를 반대했을까 하는 의문이 강하게 든다. 그 때 제출한 청원서가 전해오지 않기 때문에 반대하는 내용을 알 수 없지만 당시 시대 상황을 비추어 그 이유를 추론해 본다.

먼저 지하도가 개통되면 중앙시장이 한결 가까워짐으로써 인현동 청과물시장이나 주변 상가가 타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감. 다른 하나는 비교적 번화하고 정비가 잘된 남쪽 지역과 주로 피난민들이 살고 있는 빈궁한 북쪽 동네가 통하는 것이 못마땅한 잘못된 우월감의 표시 등이다.

관통하기로 결정했지만 난관은 계속되었다. 이 공사를 하려면 중앙시장 갑구 151호, 152호, 153호 점포를 철거해야만 했는데 이 세 점포주는 부당성을 담은 진정서를 인천시에 제출했다.

인천시는 일부 가게만 희생시키는 것은 가혹하고 부당함으로 십시일반 격으로 시장 200여점포가 조금씩 양보하여 같이 장사하도록 중앙시장번영회에 지시했다고 '인천공보'는 전한다. 아무튼 이런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이 지하도는 공사 결정이 난 지 8년 후에나 개통된다.

사진은 개통 초기의 모습이다. 양편으로 의류점, 양품점, 제화점 등이 들어선 이 지하도는 당시 인천에서 가장 화려했던 상가였다.

동인천역 개찰구가 남쪽으로만 나 있어 북쪽에 사는 승객들은 무조건 이곳을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항상 붐볐다. 이동을 편리하게 해주고 장사도 그런대로 잘돼 인천 시민의 사랑을 받던 이 지하도는 붕괴사고로 큰 위기를 맞는다.

1970년 8월8일 오후 2시 50분 경 중앙시장 쪽 출입구 위에 있던 3층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다. 1층의 꽃장수를 비롯한 행인 등 7명이 압사하고 24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지하도 바로 앞 중앙시장 신축건물 파일 공사 여파로 일어난 사고로 밝혀졌다.

큰 사고를 겪었지만 이 지하도는 오늘도 철길 밑에서 동인천의 남과 북을 여전히 이어주고 있다. 무너진 출입구 위는 다시 건물을 올리지 않고 비워둔 채 남겨 두었다.

/유동현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