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시인
보도에 따르면 한국외대는 75%의 학생이 A학점을, 서울대는 61%의 학생이 A학점을 받는 등 대학의 학점 부풀리기는 심각하다.
학점이 부풀려진 원인은 대학의 양적 성장으로 인한 취업난과 그릇된 제자 사랑이다. 현재 대학 진학자는 고교 졸업자의 80%(한때는 84%) 정도이고 원하는 일자리는 이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대학은 엄청난 양적 성장으로 신입생을 수급하기 힘들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이 성적을 남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학점이 신뢰를 잃고 있다. 취업지원자의 성적은 지원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지 못한지 오래다. 인기 있는 기업에는 A학점을 받은 지원자가 넘쳐 난다. 이러니 기업이 어찌 성적을 평가 대상으로 할 수 있겠는가.

기업은 대학의 학점 외에 다른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여기에 합당한 결과물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에서 주는 영어 학점 대신 토플 성적이나 토익 성적·어학연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측은 학생이다. 대학에서 우수한 학점을 받으려고 경쟁해야 하고 취업 스펙을 쌓으려고 발버둥을 쳐야 한다. 시간과 경제적 희생이 너무도 크다.
대학의 학점만으로 학생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학점에 대한 불신은 대학 붕괴라는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학은 학점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제대로 평가하려면 학점 평가방식을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꾸되, 학점별 강제분포비율을 적용해야 한다.
이를 법률이나 대통령령으로 정하여 대학마다 학점별 비율을 일정하게 하고 학점의 변별력을 높여야 한다. 이는 대학이 살고 학생이 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