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
청장님 안녕하세요? 거두절미하고 저는 동구 금곡동 주민이자 배다리 지키고 가꾸기 활동에 8년 동안 참가해왔고, 최근 청장님이 의욕적으로 추진할 계획을 밝힌 '배다리 역사문화관' 건립 관련, 지난해 1월 인천시립박물관 기획특별전 '안녕하세요, 배다리'의 일환으로 마련한 토론회에서 (가칭)'배다리 역사박물관' 건립을 지역사회에 공식적으로 제안했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저의 발표 자료를 구청 관련부서에 전달한 바 있습니다. 이후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 부임하신 청장님이 지난해 10월 배다리 금창동 주민의 날 행사에서 배다리의 가치와 중요성을 언급하며 '역사박물관'을 건립하겠다는 이야기를 직접 듣고, 민간 차원의 제안을 공공이 흔쾌히 수용하여 구체화될 수 있는 사례를 이곳에서도 만들 수 있겠구나 싶어 내심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계획 수립 단계에 제안자를 불러 그 배경과 취지, 구상 등을 물어올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저만의 희망사항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기대하던 연락이나 문의는 전혀 없었던 가운데, 오히려 인천의 모 연구기관으로부터 이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하는 전화를 받았고, 배다리 특별기획전을 주최했던 인천시립박물관 측으로부터 동구청의 유물 구입 문의가 왔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더불어 '배다리 역사문화관'으로 이름이 바뀐 것을 언론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안자와의 상의가 의무적이라고는 보지 않고, 이름 또한 얼마든지 공론화 과정 속에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이를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박물관'이든 '문화관'이든 건립을 하려면 그것이 들어설 장소나 지역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그리고 관련 분야에 남다른 애정과 식견을 갖춘 분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일은 필수적이며 상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건립 과정에서 다양한 참여와 논의를 통해 그 성격과 방향을 결정하고 이에 맞는 유ㆍ무형의 자료들을 찾아 담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런 절차가 생략된 채 유물 구입부터 타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언가 잘못 되어가고 있음을 직감했습니다. 그래서 구청 담당 공무원을 찾아가 이런 우려를 전했고, 더불어 배다리마을이 산업도로 공사로 인해 갈라지고 전면 철거 방식의 개발로 인해 사라질 위기 속에서 오랜 동안 함께 싸우고 지키며 대안을 고민하고 만들어 온 수많은 분들 중 이러한 계획을 진행하는데 많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분들을 떠올려 그 명단을 보내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여전히 언론을 통해서 확인한 청장님의 신년인터뷰 내용을 보니, 배다리 역사문화관의 위치와 규모는 물론 주제별 공간 구분과 그곳에 담을 (논란이 예견되는) 대상까지 언급을 하셨더군요. 그러한 마당에 얼마 전에는 자문위원회를 개최했다는 소식을 또 다시 언론을 통해 들었는데, 이미 주요 내용을 결정해놓고 무슨 자문을 듣겠다는 것인지도 모르겠거니와, 어찌된 영문인지 제가 담당 공무원에게 전해드린 분들은 모두 빠졌더군요. 하도 답답해서 구청 담당부서를 다시 찾아갔더니 원래 그랬는지, 청장님이 그렇게 만들어놓았는지 담당 공무원들은 일말의 소신도, 융통성도 없는 청장님의 수족이 되어 있더군요.
이러한 정황을 볼 때 결국 청장님은 배다리 역사문화관을 건립한다면서 '관광'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자신이 주도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공간을 만들어 '주겠다'(만들어 '가겠다'는 것이 아닌)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제안한 분들은 이런 계획을 밀어붙이기에 방해가 되거나 부담스러운 존재일 따름이고요. 당신이 그렇게 소중하고 가치 있다고 한 배다리가 누구에 의해 지켜지고, 누구에 의해서 곳곳에서 알아서들 찾아오도록 만들어져 왔는지 아신다면 이럴 수는 없는 일이지요.
청장님이 내건 민선 6기 구정 구호가 "우리 함께 만들어요! 희망의 새 동구"이지요. 처음 이를 접했을 때 너무나 마음에 들었고 기대가 컸는데,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면서 그 '우리'가 우리 모두가 아닌, 청장님이 마음에 드는 사람들이나 청장님 '말씀'을 잘 따를 사람들만 해당될 거라는 확신이 드는 요즘입니다.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열어 진정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구정을 펼쳐 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 드립니다.
만약에 이를 끝내 외면하신다면 이러한 국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청장님의 이러한 사고와 태도, 방식이 지닌 문제점과 그로 인해 초래될 결과를 청장님을 포함한 지역사회에 알려나가며 바람직한 방향을 찾도록 하는 일밖에 없을 것입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이지만 배다리 또한 개인의 소유가 아니며, 아무리 청장이라 하더라도 한 개인의 독단적 시선과 생각으로 재단하고 합의되지 않은 무언가를 채워 넣는 일 만큼 어리석고 위험한 일도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