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현의 사진, 시간을 깨우다
22. 송림리 얼음판에서 선학국제빙상경기장까지
▲ 1960년대 인천공설운동장(현 숭의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빙상대회 모습. 오후가 되면 경기가 끝나길 애타게 기다리던 일반인들이 입장해 빙판이 물반 얼음반 될 때까지 스케이팅을 즐겼다.
개항장 통해 동계 스포츠 일찍 보급

첫 공식대회 1924년 2월 전인천빙상

대동월드·동남스포피아 폐관 아쉬움



최근 연세대와 상무(국군체육부대) 아이스하키부가 연고지를 인천으로 옮긴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지난해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때 사용되었던 선학핸드볼경기장이 선학국제빙상경기장으로 새롭게 변신하면서 두 팀은 인천에 둥지를 틀게 된 것이다. 축구, 야구 등 서양 스포츠를 처음 받아들인 개항장답게 인천은 대표적 동계스포츠인 스케이트도 다른 지역에 비해 일찍 보급되었다.

1924년 2월10일 제물포청년회 주최로 제 1회 전(全)인천빙상경기대회가 송림리(현 동구 송림동)에서 열렸다. 정식 빙상장이라기보다 공터에 물을 채워 얼린 넓은 얼음판이었다. 이것이 인천에서 처음으로 열린 공식 스케이팅대회로 기록된다. 그런데 시합 당일의 날씨가 너무 따듯해 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몇 차례 연기를 하게 된다. 경기를 보러 갔다가 허탕 친 사람들을 위해 주최 측에서는 시합이 열릴 경우 도심지에서도 볼 수 있는 연화(煙火)를 피워 알리겠다고 공지한다. 이 대회가 정상적으로 치러졌는지는 아쉽게도 이후의 기록이 없어 알 수가 없다.

눈에 띠는 것은 이 대회의 위원장은 이길용이었다. 그는 후에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의 모습을 일장기를 지우고 동아일보에 보도한 기자이다.

각종 빙상경기는 교외 지역이었던 송림리에서 주로 열렸지만 일반인들은 주로 웃터골공설운동장(현 제물포고)과 축현역(옛 동인천청과물시장) 앞 연못에서 스케이트를 즐겼다. 인천부에서는 부민에게 겨울철 운동을 장려하기 위해 웃터골운동장 정구 코트 부근에 물을 뿌려 폭 15간, 길이 33간 (약 1800㎡) 규모의 스케이트장을 만들었다.

1933년 도원동으로 공설운동장이 이전되면서부터는 이곳이 인천 빙상의 중심이 된다. 매년 겨울철이 되면 물을 채워 얼음판을 만들었는데 야간에도 개장한 것으로 보인다. 요즘 같은 라이트 시설이라기보다 간이 조명을 설치해 밤에도 스케이트를 즐긴 것으로 추측된다.

6·25 전쟁 후 인천공설운동장이 폐허가 되면서 인천의 동계스포츠는 한동안 그야말로 빙하기를 맞는다.

1960년대에 들어와서야 인천공설운동장은 다시 겨울철에 스케이트장을 만들었다. 1966년 1월8일, 9일 이틀에 걸쳐 인천공설운동장에서 제 47회 전국체전 동계빙상대회가 열렸다. 총 144명의 선수가 참가해 20개의 대회신기록을 수립했다. 동계체전 개최를 계기로 인천에서는 매년 빙상인 추모 전국남녀스피드스케이팅대회 등 각종 대회가 열렸다. 심지어 1968년에는 인천시가 처음으로 중구, 동구, 남구, 북구의 구제(區制) 실시를 기념하기 위해 시민위안회와 더불어 전국고교생빙상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인천공설운동장은 일반인들에게도 개방되었는데 종종 선수들의 연습이나 경기 이후인 오후 시간에야 문이 열렸다. 조금 타다보면 기온이 올라가 물반 얼음반 진창 얼음판에서 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운동장 보다는 아예 주안, 부평 등 교외에 있는 논이나 공터의 사설 스케이트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당시 가장 인기 있었던 동네 스케이트장은 지금의 인천남중학교 정문 건너편에 있던 와룡양조장 저수지였다. 고구마에서 주정을 뽑은 검은 색 폐수가 공장 앞 큰 웅덩이로 흘러 나왔는데 겨울이 되면 이곳은 훌륭한 빙상장이 되었다. 문제는 몇 번 넘어지면 옷에 보랏빛 물이 들었고 고약한 냄새가 났다는 점이다.

1990년대 중반 연수택지가 개발되면서 이곳에 국제 규격의 실내아이스링크가 설립되었다. 1994년 3월24일 인천 최초의 실내아이스링크 대동월드가 개관했고 비슷한 시기 근처에 동남스포피아가 문을 열었다.

이 링크에서 밴쿠버동계올림픽 여자쇼트트랙 은메달리스트 이은별과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나영 등이 배출되었다. 아쉽게도 이 두 링크는 운영난 등으로 얼마 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유동현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