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서 송도중학교 교장
요즘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이나 바비킴의 비행기 '음주 난동' 사건 등으로 세간이 온통 뒤숭숭하다. 이 사건들을 두고 인성교육의 부재, 도덕적 해이 등 여러 가지 원인과 이에 따른 사회적 병리 현상까지 들춰가며 나름대로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사건의 밑바탕에는 한 순간의 분노로 화를 참지 못해 일어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람들은 성급하게 화를 내고선 두고두고 괴로워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벌컥 화를 내고 난 후에 내가 참았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를 한다. 주먹이 먼저 나간 후 내가 또 성급했구나 후회를 한다.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저지르는 실수가 대부분 참고 기다리지 못하는 성급함에서 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말을 해서 좋을까?', '과연 옳은 행동일까?', '이것의 결과가 어떻게 될까?', '그 결과를 내가 책임 질 수 있을까?'.어떤 경우에도 참는 것은 결코 패배가 아니다. 참는 사람이 최후에 이기는 사람이다. 말하기 전에, 행동하기 전에 일분만 생각해 보자.
공자는 『대학(大學)』에서 제자 자장과의 대화를 통해 '백행지본 인지위상(百行之本 忍之爲上)'
이라 하여 '모든 행실의 근본은 참음이 제일.'임을 역설하고 있다.
"어째서 참아야 합니까?"라는 자장의 물음에 "천자가 참으면 나라에 해가 없을 것이요, 제후가 참으면 땅이 커질 것이요, 벼슬아치가 참으면 그 지위가 올라갈 것이요, 형제가 참으면 집이 부귀할 것이요, 부부가 참으면 일생 기쁨과 슬픔을 같이 할 것이요, 벗끼리 참으면 서로 명예를 잃지 않을 것이요, 자신이 참으면 재앙이나 위해가 없을 것이다.(子 曰 天子 忍之면 國無害하고 諸侯 忍之면 成其大하고 官吏 忍之면 進其位하고 兄弟 忍之 면 家富貴하고 夫妻 忍之면 終其世하고 朋友 忍之면 名不廢하고 自身이 忍之면 無禍害이니라) "
또 "참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 란 자장의 물음엔 "천자가 참지 않으면 나라가 빈 터로 화할 것이요, 제후가 참 지 않으면 몸조차 없어질 것이요, 벗끼리 참지 않으면 정의가 떨어질 것이요, 자신이 참지 않으면 근심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매사에 참는 것이 백행의 근본임을 일깨워주는 높은 가르침을 내리고 있다.

중국 한(漢)나라 시대의 장수 한신(韓信)은 젊은 시절에 빨래하는 아낙에게 밥을 빌어먹을 정도로 가난했다고 한다. 어느날 한신은 백정 마을의 어린 소년으로부터 자기의 사타구니 아래로 지나가라는 모욕적인 요구를 받는다. 이 대목을 『십팔사략(十八史略)』이라는 역사서에서는 "한신이 한참 동안 그 아이를 쳐다보다가 몸을 굽혀 다리 사이로 기어가니, 시장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한신을 겁쟁이라고 비웃었다"라고 기록했는데, 이 문장을 읽을 때마다 '숙(熟)' 한 글자를 통해 한신의 내면적 갈등이 절절히 전해진다. 본래 '숙(熟)'은 '(과일 등이) 익다'의 뜻인데, 그만한 느낌의 시간 동안 그 아이를 바라보며 얼마나 많은 생각이 교차했을까? 그러나 참기로 결정하고 모욕의 순간을 이겨내어 마침내 한나라의 장수가 되었으니, 그의 참음이 후일 역사상 한 시대를 풍미한 불세출의 영웅을 만들었음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명심보감』 계성편(戒性篇)에 '인일시지분 면백일지우 (忍一時之忿 免百日之憂)'라는 말이 있다. '한때의 분함을 참으면 백일의 근심을 면한다'고 하는 말이니 곧 인지위덕(忍之爲德) 즉, '참는 것이 곧 덕이 된다'는 말이다.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많은 말과 행동을 한다. 이러한 언행이 많은 사람들에게 부드럽고 활기차게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남에게 큰 상처를 주기도 하며 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재앙의 많은 부분은 참을성이 부족한 것에서 비롯된다. 사회적 덕목으로 인내는 개인 수양의 차원을 넘어 구성원 사이에 화합을 이루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뒤따를 때 진정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새해에는 참는 것이 덕이 되는 인지위덕(忍之爲德) 사회가 구현되길 간절히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