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홍 인천대 교수
글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2014년을 보내고 양띠의 새해가 밝았다. 신년 초에는 새로운 계획과 각오도 세우고 서로 덕담하고 희망을 얘기하는 것이 우리네 아름다운 풍속이다. 새해에는 우리 신문의 독자 분들도 모두 좋은 일이 많으시길 바란다. 또한 새해에는 좀 더 희망적이고 좋은 얘기로 독자들과 만나고 싶은 것이 필자의 작은 바람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나라 안은 여전히 '내 탓이요!'가 아닌 '네 탓이요!'로 넘쳐난다. 땅콩회항은 교수직을 미끼로 진실을 회유하였으며, 여전히 내 탓이 아닌 네 탓으로 국민정서를 벗어나 회항 중이다. 청와대 문건, 문고리 권력, 십상시 문제는 검찰 수사와 항명파동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아 권력의 핵심임을 만천하에 입증하였다. '찌라시급'의 문건에 대한 검찰의 엄중한 수사결과와 대통령의 친절한 설명에도 국민의 요구와 궁금함을 밝혀 줄 실체적 진실은 오리무중이며 여전히 '네 탓이오'의 연속이다.

하지만 역시 '네 탓이오'의 백미는 지난 12일의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이었다. 고도의 분석력을 앞세운 친절한 언론은 25분 동안의 모두연설에서 42번의 '경제'라는 단어를, 29번의 '국민'이라는 단어를, 그리고 24번의 '개혁과 혁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는 엄청난(?) 실체적 진실을 밝히면서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고뇌와 국민사랑을 전하였다. 그런데 왜 우리에게는 그만큼 경제가 어렵고, 국민이 힘들고, 개혁과 혁신의 대상이 우리사회에 넘쳐난다는 말로 들릴까?

대통령은 연설에서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 되어야 내수경기가 산다고 했다. 부동산이 아니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생산 현장이 제대로 돌아가고 고용이 확대되어야, 국민의 소득이 늘어 소비를 하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 경기침체의 본질은 파악 못한 채 부동산 경기 탓만 해서 어떻게 경제를 회복하겠다는 것인지. 2년간 실체도 없는 창조경제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연설의 핵심 중 하나였던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부문의 구조개혁을 통한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들겠다는 것이, 공무원과 노동운동을 탄압하고 금융의 방만한 운영과 학벌사회를 공고히 하겠다는 말로 들리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일까?

경제의 기초는 지속적인 생산 활동의 활성화를 통한 고용의 확대와 국민소득의 증대가 기본이다. 이를 위해서는 재벌의 폐쇄적이고 탈법적인 지배구조의 해체, 복지향상과 창의적 교육을 위한 공공서비스 영역의 확대, 학벌철폐를 통한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인적자원의 육성,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정당한 보상을 받는 정의로운 사회의 구현이 기초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는 일제 강점기를 벗어난 해방 70년이 되는 해이며, 일본에 의해 명성황후가 살해된 을미사변이 일어난 지 120년이 되는 해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왜곡된 역사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비상식이 상식을 지배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새해에는 친일세력이 반공의 가면을 쓰고 또다시 기득권이 되고 권력의 대물림을 하는 비상식과 굴종의 역사에서 벗어나는 원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새해에는 제발 '네 탓이요'가 아닌 스스로 주인이 되어 자신을 돌아보는 '내 탓이요'의 한해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남 탓만 하는 기득권과 국민을 '을'로 보며 '갑'질하는 정치권 머슴들의 못된 행실을 바로잡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양띠의 새해에는 더 이상이 국민들만 담뱃값과 각종 세금 그리고 연금개악의 희생양이 되지 말고 함께 뭉쳐서 스스로를 지켜내는 착하지만 현명한 양떼가 되어야겠다.